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룻은 말론의 아내인가? 기룐의 아내인가?

코이네 2018. 12. 11.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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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 룻기를 읽다보면 알송달송한 부분이 나온다. 바로 나오미의 며느리 룻이 누구의 아내인가 하는 점이다. 룻기 1장부터 살펴보면 엘리멜렉과 나오미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다. 그 두 아들의 이름이 "말론과 기룐"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말론과 기룐' 이 두 사람을 기술하는 순서는 1장에 두번 반복되고 있다. 그러다 4장에 가면 보아스가 장로들 앞에서 말할 때 '기룐과 말론'으로 그 순서가 바뀐다. 그러면서 보아스는 룻을 말론의 아내로 소개하고 있다.

 

1장에서 엘리멜렉의 가족들을 소개할 때 '말론과 기룐' 그리고 며느리들을 기술할 때는 '오르바와 룻'이라고 하였다. 이 순서만 보면 말론과 오르바가 부부이고, 기룐과 룻이 부부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4장에서는 아들의 순서가 바뀌면서 룻을 말론의 아내였다고 소개하고 있다. 어떻게 된 것일까?

 

이에 대해 성서공회의 민영진 교수는 이렇게 해석하고 있다. 다음은 98년1월에 성경 바로 읽기에 민영진 교수가 쓴 글이다.

 

'이것이 형과 아우의 서열을 고려한 기록인지, 전혀 그런 것을 고려하지 않은 우연한 진술인지는 알 수 없다. 그들은 "모압 여자" 가운데서 아내를 맞이한다. 요즈음 말로 국제결혼을 한 셈이다. 그런데, "하나의 이름은 오르바요 하나의 이름은 룻"이라고 진술되어 있다(4절). 여기에서도 "오르바와 룻"이 맏며느리와 작은며느리의 서열을 고려한 기록인지, 전혀 그런 것을 고려하지 않은 우연한 진술인지 알 수가 없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아들들의 이름 진술 순서가 "말론과 기룐"이므로, 이어서 나오는 며느리들의 이름 진술 순서 "오르바 와 룻"은 그대로 그들의 부부 관계를 말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 그럴 경우라면, "말 론과 오르바"가 한 쌍이고, "기룐과 룻"이 한 쌍이다. 이것은 룻기의 진술이 평행대구법(平 行對句法, parallelism)의 기법을 사용했다고 볼 때는 옳다. 평행대구법의 특징은, 아래에서 볼 수 있듯이, a-b a'-b'이다. 이러할 경우에는 a와 a'가 한 쌍이 되고, b와 b'가 또 다른 한 쌍이 되는 것이다.


a 말론 b 기룐
a' 오르바 (말론의 아내) b' 룻 (기룐의 아내)

 

이것이 형과 아우의 서열이라고 볼 때, 말론이 맏아들이면 그의 아내 오르바는 맏며느 리이고, 기룐이 작은아들이라면 그의 아내 룻은 작은며느리가 되는 것이다. 그러할 경우에는 룻기의 주인공인 룻은 기룐의 아내가 되고, 나오미의 작은며느리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 이렇게 설명하는 주석들도 있다. 그러나 이런 주석은 룻기 4장 10절의 "말론의 아내 모압 여 인 룻"이라는 진술을 설명하지 못한다.

 

룻기 4장 10절에서 분명한 것은 "말론과 룻"이 한 쌍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기룐과 오르바"도 또 다른 한 쌍이다. 이제 누가 누구의 아내이고 남편인가 하는 것은 분명해졌다. 남은 문제는 누가 형이고 누가 동생이냐 하는 것이다.

 

룻기의 저자가 사용하는 문학적 기법 중에 교차대구법(交叉對句法, chiasmus)이라는 것이 있다. 짝을 이루는 요소의 진술 순서가 평행대구의 경우와는 달리, a-b b'-a'로 되어 있다. 이러할 경우에는 a와 a'가 한 쌍이 되 고, b와 b'가 또 다른 한 쌍이 되는 것이다.

 

a 말론
  b 기룐
  b' 오르바 (기룐의 아내)
a' 룻 (말론의 아내)

 

아들들 이름을 열거할 때에는 "말론과 기룐"이라고 하여 "맏아들"을 먼저 말하고 작은 아들을 다음에 언급하는데 반하여, 그들의 아내를 언급할 때에는 작은아들의 아내인 오르바 를 먼저 말하고 맏아들의 아내인 룻을 그 다음에 언급하는 것이다. 이러한 것을 교차대구법 이라고 하여 평행대구법과 구별한다. 이것은 룻기의 특징이기도 하다. 두 아들의 이름이 1장 에서는 "말론과 기룐" 순서로 언급되다가, 4장에서는 "기룐과 말론"의 순서로 나오는 것도 교차대구법이 적용된 예라고 볼 수 있다.

 

a 말론
  b 기룐
  b' 기룐
a' 말론

 

룻기의 이러한 교차대구는 짝을 이루는 이름의 진술에서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전개시키 는 구조에서도 나타난다. 예를 들면, 룻기 1장 1-6절에도 이러한 교차대구 기법이 보인다.

 

a 흉년 (1절)
  b 모압으로 떠남 (1-2절)
    c 엘리멜렉의 사망 (3절)
      d 두 아들의 결혼 (4절)
    c' 두 아들의 사망 (5절)
  b' 모압을 떠남 (6절)
a' 풍년 (6절)

 

여기에서 우리는 a-b-c, 그리고 c'-b'-a'의 교차대구를 본다. 흉년과 이향(移鄕)과 사망 (a-b-c)은 결혼(d)을 축으로 하여, 다시 사망과 귀향(歸鄕)과 풍년(c'-b'-a')으로 전개된다. 교차대구법에서는 축을 이루는 요소가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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