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네 칼럼

기독교의 목사가 법정스님의 죽음을 보고 배운 것

코이네 2018. 1. 4.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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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란 아무 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가 선택한 맑은 가난은 부보다 훨씬 값지고 고귀한 것이다

(법정스님, 산에는 꽃이 피네 에서)

 

이번에 불교계의 정신적 지주라 할 수 있는 법정스님의 타계 소식을 듣고, 솔직히 법정스님이 어떤 분일까 궁금해서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봤습니다. 그 분의 저서 중 ‘무소유’라는 제목이 눈에 띄더군요. 예전에 한 번 읽어본 듯한 느낌이 들구요. 예전 성철 스님에 대해서는 이런 저런 관심을 갖고 살펴본 바가 있었지만 법정스님에 대해서는 잘 몰랐습니다.

 

제가 인터넷상으로 검색해본 내용으로 보니 법정스님에게 두 가지의 큰 화두가 발견되더군요. 하나는 ‘무소유’라고 하는 그분의 인생철학과 그러한 자신의 믿음에 따라 그렇게 살아왔던 인생의 발자취, 특히 다비식으로 치룬 마지막 죽음의 순간까지 그분의 구도자로서의 삶이었습니다. 그분을 추모하는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 기독교가 배워야 할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 몇 자 적어봅니다.

 

  

 

 

저는 목사입니다. 저 역시 한 사람의 종교인으로서 그 삶의 기본은 구도자의 삶을 살아가는데 있습니다. 그런데 구도자로서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는가? 제 하루의 일상을 되돌아보았습니다. 새벽 5시면 교회에서 새벽기도회를 합니다. 공식적인 기도회가 마치면 개인기도로 약 한 시간가량을 더 기도하고 기도실을 나오죠. 그리고 사무실에 들러 개인 성경묵상을 합니다. 간단하게 하루 일과를 정리하고는 블로그를 살펴봅니다. 그리고 아침을 먹고, 조금 쉬었다가 교회에 출근합니다.

 

9시가 되면 공식 업무가 시작됩니다. 대부분 교인들을 만나 그 형편을 살피고 기도해주는 일과 전도하고, 성경공부를 이끌어가고, 각종 회의에 참여하고, 예배를 인도합니다. 중간에 조금 쉴 시간이 되면, 인터넷 검색으로 세상 돌아가는 것도 살피고, 글을 쓰거나 읽어야 할 책들을 정리합니다. 6시가 되면 퇴근하지만 집에서 저녁을 먹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왜냐면 저녁에 만나서 상담해야할 분들이 있고, 저녁에 진행하는 각종 성경공부나 예배 그리고 세미나가 있습니다. 운 좋게 집에 돌아와도 식사를 마친 후 에는 서재에 틀어박혀 설교준비를 해야 합니다. 뭐 매일하는 설교 뭐 그리 어려울까 싶지만 저의 경우 주일에 하는 한 편의 설교를 위해 보통 16시간 정도를 투자한답니다.

 

그래도 남편 노릇 아버지 노릇도 해야하니 하루 정도는 시간을 비워 아이들과 대화도 하고 놀이도 하죠. 그러지 못한 때가 더 많기는 하지만, 그래도 노력은 해봅니다. 그리고 10시가 되면 개인묵상을 하다, 11시경에 잠자리에 들게 됩니다. 밤 시간에 조용히 마음을 비우고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시간이 정말 꿀처럼 달게 느껴지지만 어떤 경우는 피곤에 지쳐 골아질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또 다시 5시 새벽기도회에 나가기 위해 새벽같이 일어나죠. 이런 생활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제 하루 일과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투여하는 것이 바로 "일"이군요. 참 많은 일들을 합니다. 상담과 교육, 전도 그리고 어떨 때는 노력봉사도 하구요, 그리고 기도회와 예배 인도 등 이런 것들이 모두 일이 되어 있습니다. 다르게 이야기 한다면 목사의 일과에 따라 교인들도 같이 움직이게 되는데 목사가 일이 많은 것처럼 교인들도 많은 일에 시달리게 된다는 것이죠. 교회 자체적인 일도 있고, 또 사회적인 봉사활동도 있구요, 그런데 잠시 호흡을 가다듬어보면, 우리 교인들 일은 많이 하는데,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고, 스스로 하나님 안에서 깊은 영성을 갖는 시간은 너무 부족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종교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일이 혼자서 조용히 침묵하는 것인데, 성도들에게 그렇게 침묵할 수 있는 환경과 기도의 시간을 주면 당황해 합니다. 조용히 침묵하며 하나님이 말씀을 마음에 깊이 새기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좀 더 깊은 구도자의 길을 걸어야 하는 것이 기본인데, 우리는 그 기본을 무시하고, 일만 열심히 하는 기독교인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가 생각이 되어집니다. 그러다 보니, 사실 사회에서 기독교가 하고 있는 좋은 일들이 엄청나게 많지만, 도리어 그런 일조차도 경박하고, 깊이가 부족한 모습으로 비판 받는 모양새가 된 것은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지금 우리 기독교는 삶의 깊이를 이룰 수 있는 깊은 영성의 삶, 그 구도자의 길을 가는데 부족함이 많은 것이죠. 저는 우리나라의 목사님들 중 다섯 분의 선배님을 존경합니다.

그 중 한 분이 몇 년 전에 별세하신 한경직 목사님입니다.

한국의 성자라 불리는 분이었고, 그 분의 삶 역시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셨으며, 종교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템플턴상을 수상하신 분입니다. 그분이 하신 말씀 중에 “기독교가 아니라고 해서 멸시하거나 충돌하는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그들의 종교를 존중하고 그리스도인으로서 그들을 사랑해야 합니다...목회자는 돈과 여자와 검약에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그리고 예수의 삶을 따라 사는 목사라면 가난해야 합니다.일부 대도시교회 목사의 호화스런 생활은 잘못된 것입니다” 라는 말씀은 저희 후배들에게 큰 교훈으로 남아있습니다.

 

두번째는 임영수 목사님입니다.

이 분은 서울 영락교회에서 한 경직 목사님 뒤를 이어 담임목사님으로 계신 분이었는데, 그 분의 영성은 마치 태산을 보는 듯했습니다. 자그마한 체구에 강단에서 설교하실 때 자근자근히 말씀하시지만 그 한 마디 말에는 깊은 하나님의 체험이 묻어나왔고, 저는 그분의 설교를 들을 때마다 태산을 보는 듯했습니다.

 

세번째는 지금 백주년기념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이재철 목사님입니다.

저와 연배가 그리 차이나진 않지만 제가 참 존경하는 선배님입니다. 이전 홍익사 대표로 계셨는데, 성경의 정신을 따라 그 때도 제대로 세금 내며, 법을 지키는 기업을 키웠습니다. 목사가 된 후에도 자신이 말하는 대로 살아가고자 엄청나게 고뇌하시며, 하나님의 말씀을 자신의 삶에 실현시키는 것을 목표로 살아가시고 있죠. 너무 완벽하게 하다 보니 곁에 있는 사람들이 어려움을 느낄 정도로 구조자의 길을 걸어가는 분입니다.

 

네번째는 최일도 목사님입니다.

잘 알다시피 밥퍼 목사님으로 유명하고, 시인이시죠. 언제나 20대의 젊은 열정으로 살아가는 분입니다. 아마 대한민국에서 제일 바쁜 사람 중 하나일 것입니다.

 

그리고 다섯번째는 거의 저와 연배가 비슷한 많은 목사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 우리 블로그들에게도 유명한 최병성 목사님과 권성찬 목사님이 있습니다. 이 외에도 신진 그룹 중에 참 훌륭한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 분들은 제가 존경한다기보다 한국 교회가 존경하는 분들입니다. 모두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구도자의 길을 걸어가는 분들입니다. 그저 기도하는 시간만 많다고 구도자의 길을 걸어가는 것은 아니죠. 바로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고자 처절한 삶의 투쟁이 있고, 그 때문에 고뇌하고, 그 속에서 올바른 삶의 길을 찾아가기 때문에 구도자인 것입니다. 불교에서 법정스님과 성철스님이 그렇게 존경받는 것도, 천주교의 김수환 추기경이 국민적인 존경을 받는 것도 모두가 구도자로서 그 삶에 충실한 결과가 아니겠습니까?
 
우리 기독교, 이제 좀 숨을 돌리고, 구도자의 길을 가는 기본기를 다시 다져야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by 소토교회 박동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