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송전탑 어르신들을 위해 조반을 차려드립시다
딴지일보에 김현진이라는 분이 "나는 기독교인이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습니다. 너무 공감이 가면서 같은 기독교인으로 함께 마음을 나누고자 그 글 일부를 제 블로그에 무단으로 올립니다.
원문은 여깁니다. ->
http://www.ddanzi.com/ddanziNews/48539649#13
"와서 조반을 들라."
자기가 먹고 싶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얘들아 와서 아침 먹으라'는 이야기다. 그것도 '생선 있으면 좀 구워라, 떡 좀 내놔서 차려봐라' 하고 제자들에게 밥 차리라고 시키는 것도 아니고 불과 3일 전에 죽을 만큼 고생하다 결국 죽은 사람이 생선과 떡으로 아침상을 차리고는 자기를 떠나 죽어라 튄 제자들에게 단 한마디만 한다. "와서 조반을 들라."
나도 누군가에게 뭐라고 울컥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그것을 다 누르고 와서 조반을 들라,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최근 '돈이 왜 이렇게 없지' 하고 불평을 하다 보니 모든 가난은 상대적이라는 새삼스러운 사실에 부딪혔다. 컴퓨터를 쓸 수 있고, 전기가 나오고, 더운물에 씻을 수 있는 사람이 전 지구에 몇 명이나 될까. 나는 나보다 가난한 누군가에게 초라하더라도 조반을 베푼 적이 있는가. 그에게 ‘와서 조반을 들라’고 말한 적이 있는가. 이런 반성을 가르쳐 준 것이 역사상 가장 박복했던 남자, 예수 그리스도라는 것은 좀 희한한 일이다. 마구간에서 태어나, 명색이 하나님의 아들인데 죽도록 목수 해, 지금 서울 교회들은 다 휘황찬란하건만 정작 본인은 제대로 된 건물 없이 산과 들에서만 조직활동 하다가 결국 자기 죄도 아닌 거로 죽어... 이 박복이야말로 나의 박복과는 상대가 안 되는 것을. 그러나 나는 내 사소한 불행을 탓하느라 누군가에게 ‘와서 조반을 들라’라고 말한 적이 있던가.
그러던 중 우연히 밀양 송전탑 지역에 아직 남아 싸우고 있는 몇 안 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현재 투쟁 형편이 몹시 어렵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내가 평생 살아온 내 집과 내 밭에, 우리 마을에 올 전기도 아니고 대도시에 갈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송전탑이 생겨 쫓겨나듯 떠나야 한다는 것이 어떤 기분일지 재개발 지역에서 쫓겨난 경험 정도밖에 없는 나는 차마 상상하기 어렵다.
싸움이 지긋지긋해진 사람은 하나둘 떠나 버리고 외로움과 추위에 싸우며 고작 몇몇 남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점점 추워지는 가을바람에도 차디찬 송전탑 앞에서 모포를 끌어당겨 잠을 이루건만 가을밤은 야속하게 차갑기만 하다. 게다가 싸움도 오래되고 언론의 관심도 식어 버린 지 오래다 보니 경제적으로 몹시 곤궁한 처지에 처해 계시다고 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와서 조반을 들라' 운 좋게 살아 있는 도리로, 그 조반을 제공할 수 있다면 인간으로서도 헛살지 않았다는 미세한 증거는 되지 않을까. 문제는 내가 맥주나 소주 먹을 돈이 있으면 그 돈을 보냈겠지만, 말씀드렸다시피 요즘 하도 돈이 없어 밥값밖에 안 들다 보니 엥겔 계수가 100인 후진국적 상황이다.
성서에서 말하는 올바른 금식은 끼니를 걸러 아낀 돈을 제 주머니에 넣는 게 아니라 고아와 과부를 위해 바치게 되어 있다.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께도 염치없이 부디 여기 조금이나마 동참해 주십사 부탁하려면 나부터 먼저 조반을 대접해야 하는 것이 솔선수범의 원칙일 텐데, 그러나 요즘 들어 지지리 돈이 없는 나로서는 도대체 현금을 어떻게 만들까 요리조리 궁리를 거듭했다. 그러다 유레카! 드디어 발견했다! 내 하루 식비가 8,000원 정도 드는데(눈에 불을 켜고 생전 찌꺼기 같은 것만 사다 먹어서) 오늘부터 10일간 금식해서 그 돈을 밀양의 조반 기금으로 만들기로 작정했다.
네가 거기랑 무슨 상관이고 이게 웬 오버냐고 비웃을 분도 계시겠지만 나는 아직 건강하고 따뜻한 집에서 살고 있는데, 그렇지 못한 누군가에게 조반을 먹여야 하지 않겠는가. 그것도 부당하게 보금자리를 빼앗긴 사람이라면 더더욱. 또한, 정부가 국민의 주거권을 마음대로 훼손하는 선례가 또다시 일어날 때 민중은 안에서부터 자포자기를 통해 약해진다. 설사 이번에 그렇지 못하더라도, 우리에게는 '이겨 본 경험'이 필요하다.
내가 초라하고 박복하다고 생각하는 날에 나는 늘 그 말씀을 떠올린다. "와서 조반을 들라." 그러면 부자는 못되더라도 떡과 생선이나마 조촐하게 차린 조찬을 이웃에게 대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소망이 생긴다. 어차피 사람으로 태어났으니까. 남에게 아침 한 번은 먹여 줘야지. 다 제 것 긁어모으기에 혈안이 된 이 세상에서 우리라도 지친 이들에게 조반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로드샵에서 아이섀도 한 구 살 돈, 커피 한 잔 마실 돈, 우리가 별생각 없이 쓰는 잔돈들이라서 모여서 힘을 합쳐 밀양 송전탑 아래의 이불이 되고 컵라면이 되고 생수가 될 수 있다면 이 밤에 적어도 당신 덕분에, 어떤 사람들은 따뜻할 수 있을 테니까.
여기까지가 딴지일보에 기고된 김현진님의 “나는 기독교인이다”라는 제목의 글입니다. 글을 읽으며 참 부끄러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저도 사실 시골 작은 교회 목회자로 조금은 쪼들리며 살아가지만 주님의 조반에 함께 참여했습니다. 우리 어르신들이 조금이라도 주님의 위로를 느끼며 살아가셨으면 하는 바람으로요.
후원계좌 : (농협) 301 0164 538611(밀양 송전탑 기금)
밀양송전탑 문제는 아직 현재진행형입니다. 지난 9월15일(2015) 1심 판결이 났습니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주민 15명에게 각 3~4년의 형량을 주민 3명에게 벌금 300만~500만원을 각각 구형했고, 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 형사1단독(이준민 판사) 재판부는 송전탑 공사 업무를 방해하고 경찰의 공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윤모(75·부북면)씨 등 송전탑 반대 주민 18명에게 집행유예와 벌금 등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주민 9명에게는 징역 6월~1년에 집행유예 1년~ 2년, 6명에게는 벌금 200만원, 3명에게는 벌금 200만원에 선고를 유예했습니다.
재판부는 "주민들의 범행 등으로 공사가 지연됐지만, 공사가 완료됐고, 전과가 없는 평범한 주민들이고 대부분의 고령인 점과 송전탑 건설 대책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번 판결의 가장 큰 문제는 밀양주민들의 항의를 자신들의 생존권을 지키고자 한 시민운동으로 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거기다 밀양 송전탑 건설반대 집회 과정에서 과잉진압으로 인해 국제엠네스티로부터 국제기준을 위반했다고 지적을 받기도 한 경찰이 밀양송전탑 집회 관리 유공으로 73명에게 표창을 내렸습니다. 임수경 의원은 이에 대해 “시민에 대한 과도한 공권력 행사가 달콤한 포상으로 돌아온다면 경찰의 공권력 남용을 부추기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라고 비판하였습니다.
주님께서 심판 때에 오른편에 앉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주릴 때에 너희가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마를 때에 마시게 하였고 나그네 되었을 때에 영접하였고 헐벗었을 때에 옷을 입혔고 병들었을 때에 돌보았고 옥에 갇혔을 때에 와서 보았느니라” (마25:35-36)
주님의 마음으로 우리가 찾아가 돌보아야 할 사람이 참 많습니다. 요한계시록에 보면 주님께서 환난을 당한 의인들을 주님의 장막에 들이시고, 그 눈의 눈물을 닦아주셨다고 하였습니다. 저도 주님의 손과 주님의 마음으로 그 눈의 눈물을 닦는데 함께 하고자 합니다.
후원계좌 : (농협) 301 0164 538611(밀양 송전탑 기금)
by 코이네 소토교회 박동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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