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네 문화

예배와 미디어 / 최은호

코이네 2015. 12. 27.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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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와 미디어

최은호 | 문화선교연구원

 

내가 한 젊은 여성에게 “당신 삶에서의 의미나 존재 이유는 무엇입니까?”라고 묻자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내가 다시 대답을 재촉하자 “나를 열광시킬 수 있는 누군가, 또는 무언가를 발견한다면 그것이 내 삶의 이유예요.”라고 답했다. 여기서 보다시피 과거 문자문화에서의 일관성 있고 지성적인 것에 대한 요구는 ‘심리적 강렬함’에 대한 욕구로 대치되고 있는 것이다(「디지털 시대의 종교」, 피에르 바뱅 저).

 

1.  이미지와 감성의 시대를 주도하는 미디어

 

우리는 패러다임의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지난 500여 년 간 이어오던 문자문명의 시대가 가고 새로운 시대, 디지털 문명의 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제 지성적이고 논리적이며 도덕적인 것에 가치를 두던 시대에서 이미지와 감성, 열광에 가치를 두는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옳고 그름의 판단을 떠나서 우리가 받아들어야 하는 거대한 역사의 흐름입니다.

지난 월드컵에서 펼쳐진 젊은이들의 열광적인 응원은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가장 적절히 보여 주는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십만의 젊은이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축구를 매개로 해서 자신들의 에너지를 뿜어 내며 열광했습니다. 세계는 그들이 보여 준 뜨거운 열정과 수준 높은 질서의식을 칭찬해 마지않았습니다. 또한 대다수의 국민들은 우리가 가진 저력을 확인했으며, 한국사회에 건강하고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내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열광이라는 가치가 현대사회에 얼마나 큰 무게를 갖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 준 사건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멀티미디어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당시 텔레비전 뉴스는 월드컵 열기에 대한 자신들의 역할을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환희와 감동의 순간을 예술적으로 실시간에 쏟아 낸 방송은 월드컵을 입체적인 축제의 장으로 만든 1등 공신입니다.” 자화자찬의 면도 있지만, 월드컵의 열기를 전국민적으로 확대하는 데는 텔레비전과 인터넷을 비롯한 미디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수만, 수십만이 운집한 거리응원도 대형전광판이라는 미디어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처럼 멀티미디어는 현대사회에서 이루어지는 커뮤니케이션의 중심에 서 있으며 그 변화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이것은 사람들의 의식과 가치관까지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2.  교회와 미디어

 

이러한 시대 변화 속에 교회는 미디어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갖고 있습니까? 여전히 말을 중심으로 한 음성언어와 인쇄매체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최근에 시대의 변화에 맞춰 멀티미디어를 사용하는 교회들이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 소수에 머물고 있는 실정입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교인들의 일상은 인터넷 등의 멀티미디어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데 반해, 교회는 여전히 과거의 매체인 말과 종이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시대의 급격한 발전에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반면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는 당시의 첨단 미디어였던 인쇄매체의 힘을 최대한 활용하였습니다. 1517년에서 1520년 사이 3년 간에 루터의 저작 30권이 30만 부 정도 판매되었다고 합니다. 인쇄술을 가리켜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한 루터는 인류 역사상 인쇄물을 통해 엄청난 독자층을 형성하며 영향력을 행사한 최초의 사람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루이스 홀본은 “종교개혁은 인쇄출판의 도움을 받은 최초의 종교운동으로서 위클리프에게는 대필가들이 있었지만 루터에게는 인쇄 출판업자들이 있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제 500년이 지나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과 함께 거대한 역사적 변화의 시점에 놓인 교회는 루터가 새로운 미디어를 적극 활용했던 것처럼, 이 시대의 주도적인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더욱 효과적인 복음사역을 감당해야 할 것입니다.

 

3.  미디어 활용의 성경적 근거

 

미디어 활용에 대한 성경적 근거는 구약과 신약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인간에게 자신의 뜻을 계시하셨습니다. 그 예를 아브라함에게 말씀하실 때 주로 일상적인 자연을 사용하신 데서 찾을 수 있습니다. “내가 네게 큰 복을 주고 네 씨로 크게 성하여 하늘의 별과 같고 바닷가의 모래와 같게 하리니 네 씨가 그 대적의 문을 얻으리라(창 22:17).” 또한 모세에게 현현하시고 자신의 뜻을 계시할 때 떨기나무를 사용하셨으며, 기드온에게 사명을 맡기셨을 때는 꿈을 사용하셨습니다.

예수께서도 당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자연과 일상이라는 다양한 매체를 적극 활용하여 말씀을 가르치셨고 메시지를 전달하셨습니다. “공중의 새를 보라. 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고 창고에 모아들이지도 아니하되 너희 천부께서 기르시나니…… 들의 백합화가 어떻게 자라는가 생각하여 보라.…… 그러나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솔로몬의 모든 영광으로도 입은 것이 이 꽃 하나만 같지 못하였느니라(마 6:26-29).”

이처럼 성서에 나타난 하나님은 그냥 직접적인 방식으로 인간을 찾아오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 속에 있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찾아오시고 말씀하시는 분입니다. 단지 음성언어의 형태로만 말씀하시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건과 일상적 사례들을 매개로 하여 말씀하시고 의미를 전달하셨습니다. 즉, 하나님은 말씀을 듣는 사람들의 시대적 배경과 삶의 정황에 따라 그에 적절한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인간에게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런데 정작 하나님의 몸된 교회는 메시지의 전달에 있어 그 전달매체를 지난 시대의 것으로 한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어야 할 것이니라(눅 5:38).”는 말씀이 미디어에 대한 교회의 태도에도 적용되어야 합니다. 현대인들의 일상에서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멀티미디어의 지혜로운 활용이 없이는 복음전파나 가르침에 대한 효과적인 열매를 거두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제 교회는 새 시대의 미디어를 향해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4.  미디어는 커뮤니케이션의 도구

 

이때 주의할 것은 미디어는 커뮤니케이션 도구라는 사실입니다. 매스미디어가 메시지 자체가 되어 버리는 현대사회의 흐름 속에서, 교회는 미디어를 사용함에 있어 메시지와 미디어를 분명히 구별해야 합니다. 메시지가 살아 있지 않고 미디어만을 현란하게 사용할 때 오히려 교회를 더욱 공허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하나님의 인격과 말씀이 살아 있는 미디어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영성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미디어는 하나님의 인격과 말씀이 교인들의 심령과 삶 속으로 스며들어 가도록 하나님의 사역을 돕는 보조적 수단이어야 합니다. 멀티미디어가 현대인들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기에, 복음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파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미디어가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5.  예배에서의 미디어 활용

 

우리는 상상력과 이미지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 드려지는 예배도 오랜 전통 속에 형성된 순서에 의해 엄숙하고 정숙한 분위기로 진행되던 방식에서, 열정을 발산하며 감성을 터치(touch)하는 축제적인 분위기로의 변화를 요구받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예배에서의 멀티미디어 활용은 필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예배에서 미디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습니까? 우선 설교에서의 활용을 들 수 있습니다.

설교를 시작하기 전에 효과적인 메시지 전달을 위하여 주제 제기용 영상을 상영하거나, 설교 후에 메시지의 구체적인 적용을 위한 영상을 보여 주는 겁니다. 또한 설교가 진행되는 동안 그 내용을 요약하여 프리젠테이션으로 보여 줄 수도 있으며, 말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본문에 등장하는 성서 속의 지역이나 복장, 풍속 등에 대한 자료를 보여 줄 수도 있습니다. 설교 중간에 적절한 자료들을 영상이나 음향을 사용하여 보여 주고 들려 줄 수도 있을 겁니다.

또한 예배의 실황을 중계하면서 예배의 순서 및 내용(찬송 가사, 성경 본문, 교회 소식 등)을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보여 줄 수 있습니다. 새신자들이 있을 경우 미리 인터뷰를 받아 간단한 프로필과 함께 영상으로 소개할 수 있으며, 성가대 찬양 시에는 그와 관련된 영상을 준비하여 상영할 수도 있습니다. 영상과 음악을 사용하여 묵상할 수도 있으며, 함께 기도할 때에 기도제목과 관련된 자료를 영상으로 보여 주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처럼 멀티미디어는 이 시대의 예배 커뮤니케이션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하나님의 좋은 선물인 것입니다.

 

 

 


by 코이네 소토교회 박동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