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학도가 밝히는 글 잘 쓰는 여덟가지 비결
국문학을 공부했다고 글을 잘 쓸까?
필자는 부산에 있는 부산대학교에서 국문학을 전공하였다. 국문학을 전공했다는 사실만으로 덕을 보는 것도 있지만, ‘정말 국문학 전공한 거 맞아’라는 질타를 들을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우리말의 달인인가 하는 프로그램은 날 정말 힘들게 한다. 띄어쓰기 정말 어렵다. ㅋㅋ 맞추는 것도 많지만 제대로 못 맞춘 경우도 종종 있다. 그리고 태생의 한계, 경상도 사람들 표준어와 사투리 구분 제대로 하기 힘들다. 물론 발음도 그렇지만. TV를 보고 있는데, 아이들이 “아빠도 나가봐” 그렇게 부추기면 솔직히 등에서 식은땀이 다 난다. 나가서 그 창피를 어찌 당하라고.
핑계긴 하지만 필자는 1989년 2월에 대학을 졸업하였다. 그리고 1989년에 한글맞춤법이 개정되었다. 그 덕에 내가 진실이라고 알고 있던 것들이 꽤 많이 달라졌다. 그렇게 달라진 이유는 알지만 어떻게 달라졌는지는 세세하게 모른다. 그래서 종종 틀리기도 하고, 대학졸업한지가 20년이 넘었는데, 그런 나의 입장은 생각하지 않은 채 당신 국문학 전공했으니 이 정도는 알아야지 하면, 솔직히 난감하다.
더 어려운 것은 국문학을 전공하면, 시, 소설, 희곡 등 글솜씨가 뛰어날 것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글은 국문학을 전공했다고 잘 쓰는 것이 아니다. 1학년 2학기에 문예창작이라는 시간이 있었는데, 기말 과제가 시 3편, 소설 1편, 희곡 1편을 제출하는 것이었다. 정말 부푼 가슴을 안고 국문학도로서 열심히 적었다. 결과는 올 C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는 학점을 후하게 주지 않는 풍토도 있었지만 그래도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제출한 과제물을 돌려받았는데 거기에 적힌 교수의 강평은 나를 더욱 절망의 나락으로 빠뜨렸다. “박군, 자네 문예창작 쪽으로는 얼씬도 하지 말게” 정말 그렇게 적혀 있었다. 그 이후 내가 시를 쓰지 않았던 것 같다. ㅎㅎ
국문학은 우리의 말과 문학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 학문을 익혔다고 글을 잘 쓰는 것은 아니다. 국문학을 공부하면 일단 말의 원리와 표준어, 그리고 어학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을 쌓는다. 그리고 문학이 무엇인지, 그 문학에 대한 이해를 공부한다. 그렇기에 이 지식이 글을 잘 쓰게 도울 수는 있지만 그 자체가 글을 잘 쓰게 훈련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신 학문적인 입장에서 좋은 글인지를 분별할 수 있고, 비평할 수 있다. 바둑으로 치면 훈수는 잘 두지만, 실전 실력은 훈수 실력과 같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도리어 국문학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 글을 더 잘 쓰는 경우를 많이 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몇 가지 일반적인 방법을 소개할까 한다.
1. 좋은 글 열심히 읽고 베끼는 연습부터 하라
이건 문예창작하는 과정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훈련시키는 부분이다. 훌륭한 남의 글을 읽고 모방하다보면 자신의 글 솜씨도 자연스럽게 는다는 것이다. 시든 소설이든 수필이든 일단 모방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 새 모방에서 벗어나 자신의 것으로 가다듬어지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 때부터 자신의 글을 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2. 자신의 언어적 취향을 터득하라
시와 소설, 희곡 그리고 비평, 이 모든 것을 다 잘하면 좋겠지만 그건 녹록치 않은 일이다. 사람의 취향에 따라 좀 더 자신의 체질에 맞는 부분이 있고, 이 부분을 강화하다보면 글 쓰기가 재미있어지며, 시너지 효과를 가져 다른 글을 쓰는 데도 자신감을 갖게 한다.
3. 남에게 비평을 부탁하라
참 하기 힘든 부분이다. 글을 잘 쓰려면 일단 자존심 내려놔야 한다. 심하게 까이기도 하고, 적나라한 비판도 감수할 수 있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필자의 경우 이 블로그를 만든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남이 공감하지 못하고, 내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없다면 그건 말이 아닌 것이다.
4. 열심히 세상에 발표하라
아직 다른 사람에게 보일 수준이 아니라는 생각만큼 교만한 것이 없다. 자꾸 내 보이다보면 더욱 느는 것이다. 숨겨놓지 말고, 과감하게 발표하다 보면 더 잘 공감할 수 있는 방법도 생각이 나고, 어떻게 해야 더 많은 공감을 이끌어낼 지 자신만의 노하우도 쌓이는 것이다.
5. 창의력을 키우기 위한 발상의 전환
좋은 글을 쓰려면 일상적인 것에서 반전을 이루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래서 어떤 스토리를 만들 때에도 다양한 경우를 상정하고, 그에 따른 스토리를 각각 설정해보는 것이다. 때로는 만화가 도움이 될 때가 많다. 가장 비약이 심한 장르이기 때문에 남들이 생각해내지 못하는 발상의 전환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6. 전문적인 지식을 쉽게 전달하는 훈련을 하라
글을 잘 쓰려면 자신이 쓰고자 하는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재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핵심을 파악하고, 이를 쉽게 전달하도록 장문보다는 단문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7. 한 번에 완벽하게 글 쓰려고 하지 말라
글쓰기에 가장 중요한 것이다. 완벽을 추구하는 것은 좋지만, 한 번에 완벽하려고 하다보면 글을 아예 쓸 수조차 없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미흡하더라도 일단 적어놓고, 그것을 조금씩 수정하는 것이 글을 수월하게 쓰는 방법이다. 필자의 경우도 블로그 기사를 일단 적어놓고, 그것을 수정한다. 제목도 바꾸어보고, 내용도 바꾼다. 보통 세 번 정도 새롭게 수정한 것을 발행하는데, 세 번째에 대박이 터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8. 단어를 많이 수집하라
글을 쓸 때 제일 힘든 것 중 하나가 하고 싶은 말을 표현할 적절한 단어를 끄집어내는 것이다. 어떤 소설가는 글을 쓰기 전 자신이 쓰고자하는 주제에 해당하는 단어들을 있는대로 찾아내어 나열하게 한다고 하는데 정말 효과적인 방법이다. 단어와 어휘를 많이 알수록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더 정교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개인 어휘사전을 갖고 있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난 한번씩 만화에서 아주 좋은 단어나 글들을 보게 되는데 그걸 타이핑해두고 한번씩 꺼집어 읽어본다.
글은 누구나 쓸 수 있다. 꼭 어떤 공부를 해야 잘 쓴다는 편견은 버리고, 자신의 생각을 타인과 공감하는 데 주저하지 말고 도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소통하는 인생을 사는 것이다.
by 소토교회 코이네 박동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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