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통령은 신년 연설을 통해 2010년을 실질적인 ‘선진일류국가의 초석’을 다지는 한 해로 삼아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선진화 개혁’의 결실을 내겠다는 뜻을 강조하며, 집권 3년차의 국정운영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그 연설 내용을 정리해보면
일자리 창출을 통한 서민경제 회복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추진하기로 한다며, 3대 국정운영기조로 ▲글로벌 외교 강화 ▲경제 활력 제고 및 선진화 개혁 ▲친서민 중도실용 정책 기조를 내세웠습니다. 또한 5대 핵심과제로 ▲경제회생 ▲교육 개혁 ▲지역발전 ▲정치 선진화 개혁 ▲전방위 외교를 제시했습니다.
이에 대해 여당은 진심과 따뜻함이 묻어난 호소였다고 평가한 반면 야권은 구체적 계획이 빠진 말잔치에 불과한 자화자찬식 연설이었다는 입장을 보였고, "국민정서와는 동떨어진 구름 잡는 허황된 연설""성장률과 4대강 사업 등 외형적인 성장에만 집착해 국민의 삶과 복지, 민주주의에 대한 문제는 빠져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이 정부 들어서 계속 느끼는 것이지만 무엇을 하겠다는 이야기는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와 이렇기 때문에 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쏙 빠져있습니다. 그렇기에 야당이 말잔치뿐이다, 구름잡는 허황된 연설이라고 폄하하고 비판하는 것이죠. 사실 구체적인 사실로 들어가면 야당의 비판이 더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일자리 창출만 하더라도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정부에서 일자리 창출 대안으로 내놓은 것이라곤 공공근로를 확대하는 정도였지,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산업구조로 개혁을 하겠다는 식의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은 것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계속해서 미봉책에 불과한 내용들을 녹음기 틀듯이 쏟아내다보니, 말로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무런 대책을 펴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대통령이 신년연설에서 한 말 “선진일류국가”라는 말을 들으며, 우리 산업구조가 그리 달라질 것 같지 않은 예감을 가집니다. 이 말에는 세 낱말이 서로 조합되어 있습니다. 일단 선진이라는 말은 후진이라는 말의 상대어이며, 이것은 서로를 비교하는데 사용하는 말입니다. 선진은 좋은 것이고 후진은 나쁜 것이라는 상대적인 논리를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아직 선진이 아닌 후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자괴적인 의미도 함축하고 있는 말이죠. 일류라는 말 역시 비교하는 말입니다. 일류가 있고 이류가 있고, 또 그 밑으로 삼류, 사류가 있는 것이죠. 이 말속에도 아직 우리는 일류가 아니라는 자괴적인 요소가 들어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국가라는 말이 붙어있지요. 즉 ‘우리나라는 아직 선진도 아니고 일류도 아닌 국가다’ 라는 말이며, 이는 열등감이 묻어 있는 말입니다. 즉 대통령의 의식은 경쟁과 그에 따른 열등감에 가득 차 있다고 느껴지네요.
이렇게 모든 것을 경쟁적인 구도로 파악하고, 여기에 내가 남보다 못하다는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이가 건강하게 성장하기는 참으로 힘든 일입니다. 일단 자신의 열등감부터 해결해야 그 다음 과정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고, 가치관의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즉 경쟁적인 관계에서 자기 정체성을 찾는 것이 아니라, 공존, 상생이라는 근본적인 삶의 태도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열등감을 갖고 있는 이가 이런 삶의 전환이 없이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은 무조건 경쟁에서 이기는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모든 경쟁에서 이길 수 있겠습니까?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혹 이긴다 할지라도 남는 것은 정상에 선 자부심과 행복감이 아니라 또 다른 경쟁심과 두려움 그리고 정상에서 떨어질 것 같은 조바심이죠.
저는 조심스럽게 대통령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원하는 선진국가는 어떤 나라입니까? 그리고 일류국가는 또 어떤 나라이죠? 안타깝게도 이제까지 대통령이 내뱉은 말 속에서 느껴지는 것은 돈 잘 버는 나라 외에는 들어본 것이 없습니다. 5만 달러, 세계 몇 위 수출국, 이렇게 수치화한 데서 찾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될 수도 없는 것을 이루려다 보니 모든 것을 수치화하는 것 속에 묻어버리는 것 같아 더 안타깝습니다.
이번 실업률만 하더라도 정부는 3.3%라고 발표하여 우리나라의 고용구조가 상당히 안정적인 것처럼 발표했는데, 실제 들여다보니 12%가 넘었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주당 18시간 이하 근로자는 무려 23.5%나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기준을 바꾸어서 그렇게 수치를 조작하는 것으로 선진일류로 가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죠.
이제 “선진일류”와 같은 경쟁심을 자극하고, 경쟁구도로 모든 것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으면 합니다. 아마 대통령이 달라지면 우리 사회구조 또한 급격한 변화가 보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 산업구조 또한 대통령이 말하는 바대로 일자리 창출도 미봉책이 아니라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지리라 기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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