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네 시사

황교익 "추석 차례상 차림 유교식으로 따져봐도 근거가 없다"

코이네 2016. 9. 14.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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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가  12일(2016.9) CBS노컷뉴스와 명절 예법과 음식에 대한 인터뷰를 했습니다. 우리나라 명절 때 지내는 제사에 대해 통찰력 있는 견해라 여겨 그 내용을 제 블로그에 옮겼습니다.

 

12일(2016.9) CBS노컷뉴스에 황교익씨는 정부가 명절 물가 자료를 내놓는 것에 대해 비판하길 우리나라는 유교국가가 아닌데, 유교예법인 차례를 국가가 국민들에게 이렇게 차려라고 간접지시하는 것으로 옳지 않다고 비판합니다. 

 

◇ "지금 차례상 차림, 유교식으로 따져봐도 아무 근거 없고, 맞지 않아"

 

우리는 제사하면 제일 먼저 떠으르는 말이 '홍동백서' '조율이시'로 표현되는 지금의 규격화된 차례상 차림을 대표하는 말들입니다. 그런데 이 홍동백서, 조율이시 등의 규격화된 상차림은 어떻게 나오게 됐을까? 이에 대해 황씨는 

 

"집에서 지키는 유교 예법이 '가례'입니다. 그것이 집집마다 모두 다르니 '가가례'라고 부르죠. '홍동백서 등이 만들어지는 것은 대략 일제강점기의 흔적이 조금 보이고, 한국전쟁 이후 1950년대 말 본격화합니다. '가정의례준칙'이라는 식으로, 마치 그런 예법이 있었던 것처럼 만들어진 거죠."

 

여기에는 조선 말 계급질서 붕괴도 큰 역할을 했다.

 

"유교국가인 조선에서 유교 예법을 지키던 이들은 양반들이었잖아요. 양반이 아니면 차례를 지낼 필요가 없었던 거죠. 조선 초기에 양반이 전체의 5~10%였다고 이야기합니다. 나머지는 상민이었으니, 90% 이상의 사람들은 차례를 안 지냈어요. 그런데 조선 말에 와서 계급 질서가 무너집니다. 양반 계급이 약 70%가 되는 거죠. 양반들이 자식을 많이 낳아서 늘어난 게 아니라, 상민들이 군역을 피하기 위해 양반으로 신분 세탁을 했기 때문이죠."

 

대다수의 사람이 양반으로 신분을 세탁했고, 유교 예법을 지키게 된 입장에서 자연스레 차례를 지내게 됐다는 말이다.

 

"갑오경장을 통해 신분제가 철폐되면서 본격적으로 '모든 사람이 양반'이라는 인식이 확산됩니다. 해방 후에도 양반인 것처럼 행세해야 사회적인 대접을 받는다고 생각해 양반이 해야 하는 일인 차례를 지내고 있는 거죠. 그런데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차례를 지낼 줄 몰랐다는 겁니다. 그러니 다른 집의 '가가례'를 지켜보면서 '홍동백서' '조율이시' '조율시이' 등이 만들어져요. 그렇게 만들어져 돌던 것을 1970년대 국가에서 확정했습니다. 사실 유교식으로 따졌을 때 아무 근거도 없고, 맞지도 않는 것이데도 말입니다."

 

◇ "정부 주도로 규격화된 차례상에 순응하도록 만들려는 통치권력 숨어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국가 주도로 규격화된 차례상 차림 탓에 가계 부담 또한 커지는 만큼, 그는 궁극적으로 추석에 반드시 차례를 지내야 한다는 생각부터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차례 안 지내면 됩니다. 본래 추석은 노는 날이에요. 서양의 추수감사절 의미는 없어요. 해방 이후 영화, TV 등의 매체를 통해 서양의 추수감사절 풍습이 알려졌고, 이를 우리 추석과 연결시킨 건데, 사실 추석은 추수감사절과 절기가 맞지 않아요.

 

조선 한민족의 삶을 상상해 봅시다. 밤은 죽음, 귀신, 도깨비 등을 떠올리게 만드는 두려움의 시간이었어요. 그런데 추석은 큰 달이 뜨는 날이에요. 한반도의 가을 하늘은 굉장히 맑잖아요. 그 맑은 하늘 밤에 휘영청 보름달이 뜨면 한밤중에도 대낮 같아요. 그렇게 추석의 밤은 죽음의 시간이 아닌 인간의 시간으로 받아들여지는 거죠. 그날에는 여성도 해방됐어요. 바깥으로 나가 밤길을 돌아다녀도 되는 날인 겁니다."

 

추석을 그러한 축제의 의미로 만들어야지, 조상께 예를 갖추는 날로 제한하는 것은 우리 풍습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게 황 씨의 지론이다. 

 

 

"국가에서 그렇게 하니까 국민들 입장에서는 차례상을 꼭 그렇게 차려야만 하는 것으로 여기게 되는 거죠. 유교의 예법대로 말입니다. 그런데 정작 유교 예법에는 어떤 음식을 올리라고 지정한 적이 없어요. 유교의 성경 격인 '주자가례'를 봐도 밤, 배, 조기, 시금치, 고사리 식으로 지정한 바가 없습니다. 포, 채, 과 이런 식으로 뭉뚱그려 놨을 뿐이죠. 유교는 자연 질서에 순응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끊임없이 가르칩니다. 그 계절에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을 차례상에 올리는 게 유교 예법이라 할 수 있죠."

 

"지금 흔한 과일은 포도나 복숭아인데, 이를 차례상에 올리지 말라는 것은 유교 예법 어느 곳에도 없어요. 생선을 반드시 조기로 올리라는 것도 없죠. 우럭이 싸면 우럭 올려도 됩니다. 가정 형편에 따라 적절하게, 가족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차례상에 올리면 되는 거죠."

 

◇  "무엇보다 추석을 '축제', 노는 날로 여겨야 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입니다. 그런데 축제가 없어요. 스페인 토마토 축제 등 서양의 유명한 축제들이 오랜 전통에 의해 만들어진 게 아니에요. 산업 국가로 운영되면서 노동자들이 한바탕 신나게 열정을 드러낼 수 있도록 하는 방법으로 축제가 기획된 거죠. 지금 우리 시대 노동자들이 한바탕 신나게 놀 수 있는 날이 있는지 생각해 보면, 없습니다.

 

국가는 추석 물가를 내놓을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한바탕 놀 수 있을까'라는 궁리를 해야죠. 언제까지 집집마다 차례상 음식 마련에 전전긍긍하도록, 여성들을 부엌에 가두는 일을 해야 하는 것인지 생각해 봐야만 합니다."

 

"먼저 정부에서 추석 물가부터 내놓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유교국가가 아니잖아요. 왜 정부에서 유교 예법을 간접적으로 강요하는 행위를 합니까. 국민을 통치하는 수단으로 이해할 수도 있어요. 우리네 정치 권력자들은 국민들을 순응하도록 만들려는 경향이 강해요. 광화문 광장 한복판에도 이순신 장군, 세종대왕처럼 유교질서에 충실했던 이들이 자리잡고 있잖아요. 개인적으로는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인 만큼 4·19기념탑을 세우는 게 더 어울린다고 봐요. 이런 식으로 알게 모르게 유교의 전통인 충, 효를 강조하는 데는 순응하는 국민을 만들려는 의도가 있다고 봅니다. 제가 '정부에서 물가 자료 내놓으면 안 된다'고 강하게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사실 제사상을 차려 조상에 예를 다하는 명절의 풍습은 현실과 많이 동떨어진 느낌이 있다. 즐거운 명절 반가운 가족과 친지를 만났는데 제사상 음식 차린다고 모든 기력을 다 소진하고, 이 때문에 여자들은 명절증후군에 시달리다 보니 명절을 꺼리게 되었다. 게다가 명절 때 제사상에 올려야 하는 음식들은 대부분 고가다 보니 그 비용지출이 만만치 않고, 현대인들은 잘 먹지 않는 음식이기에 그 처리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이렇게 명철 차례상 한 번 차리다 보면 상다리가 휘청거리는 것이 아니라 가계 경제가 휘청거려 그 후유증 또한 만만치 않고, 바쁜 현대인의 생활 속에서 이런 음식 장만하는게 비용을 들여 준비하는 것이 더 편하기도 하고 경제적인 실속도 있기 때문에 요즘은 또 이를 대행해주는 업체들에게 맡기는 풍습도 생겼다. 후손의 정성으로 조상을 섬긴다기 보다, 돈으로 조상음식을 마련하는게 과연 의미가 있을까 싶다.

 

우리집은 부모님이 신앙을 가지기 시작한 때부터 추도예배(가정예배)로 제사를 대신해왔다. 추도예배를 드리다 보니 몇 가지 단점도 있지만 많은 장점도 있다.

 

가장 큰 단점은 기독교예배형식이다 보니 같은 종교를 갖지 않는 가족이 참여하기에 어려운 점이 있다. 이 부분은 계속 연구해서 온 가족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예식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초기에는 간소하지만 제사상도 미리 차려놓고, 제사를 지내길 원하는 가족들은 먼저 제사를 지내게 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제사상은 자연스레 사라지고, 고인의 영정사진만으로 대신하게 되었다.

 

그에 반해 장점은 참 많다. 일단 음식을 준비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졌다. 우리 가족들이 지금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준비하던지 아니면 외식하듯 회 등을 주문해서 먹기도 한다. 음식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으니 일단 우리집 여성들이 추도일에 대한 부담이 사라졌다. 그리고 예배드리고 음식을 먹고 난 뒤에도 서로 이야기를 나눌 분위기가 되다 보니 가족 간에 우애가 더 깊어지는 것 같다.

 

명절에 조상을 추억하며 부모님 집에 모이는 것은 참 좋은 의미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을 기념하는 예식이 현실에 맞게 계속 발전되어야 할 것이다. 황교익씨 말대로 이를 국가가 강제하는 것보다 각 가정과 지역별로 다양하게 발전시켜가야 새로운 좋은 풍습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며, 무엇보다 이 날 정말 제대로 잘 노는 날이 되도록 하자는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하는 바이다.

 



by 소토교회 박동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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