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나의 절친이 부친상을 당하였다. 소식을 듣자마자 문상을 위해 옷을 갈아입고 장례식장으로 가려고 하는데 문제가 생겼다. 부조금을 마련할 수 없었다. 부조금 없이 그냥 가서 얼굴만이라도 비추고 와야 할지 아니면 외면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물론 그 친구는 내가 빈손으로 간다 해도 그저 와준 것으로 고마워할 친구였지만 내 자존심은 또 그런 게 아니었다. 한참을 망설이다 빈손으로 문상을 하긴 했는데 정말 서글펐다. 당시 재정적으로 참 어려울 때였다. 애가 넷이다 보니 매년 수험생 부모였다. 서울에서 대학 다니는 아이 또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아이들 뒷바라지 하느라 통장에 잔고가 있을 틈이 없었다. 통장은 항상 비어 있었고, 카드는 한도 초과한 지 오래였다. 매달 사례비가 나오면 카드빚으로 다 사라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