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네 교육

내 평생 가장 행복했던 발걸음으로 출근한 날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5. 7.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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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를 감동시킨 우리 아이들이 준비한 어버이날 카드와 선물


어버이날 선물로 부모님들이 가장 선호하는 선물은 '현금'이라는 조사보고가 있었다. 받는 이에게는 당신 마음대로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현금이 가장 좋은 선물인 것은 사실이지만 드리는 이의 입장에서는 실로 난처하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얼마를 넣어 드려야하나? 며칠 전부터 아내랑 고민하다 올해는 경기가 너무 어려운 탓에 그저 가슴에 감사의 꽃 한송이로 하자고 결정했다. 대신 부모님 모시고 경치 좋은 곳에서 드시고 싶은 거 정성껏 대접하기도 했고, 또 며칠 후면 생신에다 추도예배다하여 가족 모임도 줄줄이 있는데다, 월급은 다음 주에 나오기에 그저 그 때 가서 보자고 한 것이다. 좀 섭섭하시겠지만 죄송하다고 부모님께 전화드렸더니 괜찮다며 "나도 사랑해요"라고 하신다.


카네이션_감사_꽃

어버이날 부모님의 가슴에 달아드리는 붉은 카네이션


 
벌써 몇 해가 지나갔다. 예전 우리 아이들이 어버이날 선물을 미리 준비해놓고 기다리고 있던 날이 생각난다. 집에 들어가니 큰 애가 꽃 바구니 선물을 준비해서 "아빠 감사해요, 사랑해요"라며 준다. 둘째 우리집 탤런트 딸은 아빠 볼 뽀뽀와 함께 김연아의 싱싱버전을 라이브 공연으로 때운다. 셋째 우리 아들 아직 아무런 반응이 없다. 넷째 드뎌 우리 막내의 선물을 받을 차례, 아주 정성을 들인 카드를 하나 건넨다.

총 8페이지로 된 카드 전면에는 "어버이날 축하기념 카드"라고 카네이션 그림과 함께 큼직하게 쓰여있다. 한 쪽을 넘기니 두 페이지에 걸쳐 각종 쿠폰이 진열되어 있다. "설겆이 쿠폰 1회권, 방청소 쿠폰 1회, 식사준비 쿠폰, 안마 쿠폰, 기쁨공연 쿠폰, 열공 쿠폰 (잉, 이건 모야~) 뽀뽀 쿠폰, 구두 쿠폰, 심부름 쿠폰, 아빠랑 놀아주기 쿠폰(헉, 이건 나를 위한게 맞는건지), 엄마아빠 둘이 데이트 허락쿠폰 1회 (세상에 우리 둘이 데이트하는 것도 허락 맡아야 하는거니?) 그리고 기억이 잘 나지 않는 몇가지의 쿠폰이 더 들어 있었다. 그리고 유효기간이 적혀있었는데, 5월말까지란다.

또 한 페이지를 넘기니 거기는 감사의 글이 적혀 있다.

" 엄마 절 낳아주셔서 감사해요. 저를 위해 밥하고, 빨래하고 학교 보내주셔서 감사해요, 사랑해요"

"아빠, 우리를 위해 돈버신다고 수고해주셔서 감사해요. 건강하세요. 사랑해요"


감사카드_소토교회_어버이날

소토교회가 준비한 어버이날 선물 감사 카드



ㅎㅎ 이게 초등학교 3학년이 쓰는 감사의 편지란 말인가? 순간 반성이 된다. 우리 아이들에게 비쳐진 나의 일상은
그저 돈벌어오는 데 열심이었지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감사할게 이거밖에 없지.

또 한페이지를 넘기니 우리 엄마 아빠의 장점이 다섯가지 나열되어 있다.

1. 친절하십니다  2. 믿음이 큽니다   3.지혜로우십니다 
4. 잘 웃으십니다  5. 알뜰하십니다. 

그래도 엄마 아빠에 대해 부정적이지 않고, 좋은 장점을 찾아주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는 큰 하트로 사랑해요라고 적혀있다.  

그 때 어버이날 기념으로 쿠폰 한 장을 쓴 기억이 난다. 구두쿠폰을 꺼내며, 아빠 구두 닦으라고 하니 히히 그러면서 솔질을 하는 거 같기는 한데 .. 하여간 막내가 닦아준 구두 신고 출근한 그날 내 평생 가장 행복한 발걸음이었다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제 이렇게 이쁜짓 하던 녀석들이 다 커버렸다. 예전처럼 가슴 짜릿하게 하는 재미는 덜하지만 그래도 그저 보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올해는 어떤 이벤트가 있을라나? 살짝 기대해본다. 

by 코이네 소토교회 박동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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