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정기국감에서 한 국회의원이 수능성적의 학교별 석차를 공개해 파문을 일으켰다. 그가 공개한 것은 국영수 과목의 평균을 환산해 전국의 고등학교의 석차를 매긴 것인데, 이것이 일파만파로 퍼져 나가고 있다. 여기에 오늘은 신임 판검사의 비율이 특정 외고에 치우쳐있다는 조사결과를 두고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려와 함께 외고가 공적이 되어버렸고, 또 한 한나라당 국회의원은 방송을 통해 외고는 흔히들 말하는 마녀사냥에서의 마녀가 아니라 진짜 마녀라고 발언해, 급기야 외고가 마녀로 전락해버리고 말았다.
이렇게 하루아침에 선망의 대상이던 외고가 마녀로 전락해버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정치권에서 외고 흔들기에 나섰을까?
기자는 먼저 국영수 과목의 수능성적 학교별 석차를 공개한 국회의원의 무지부터 꼬집어보고자 한다. 그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특수목적고와 자립형사립고가 위 30개 학교 가운데 26개를 휩쓴 걸로 나타났다. 왜 이 자료를 공개했을까? 그의 답변대로라면 학교간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자 문제를 드러내야 한다고 말하였다. 하지만 이것은 그의 바람대로 대책을 마련하기 보다 학교를 서열화하는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석차에는 숨겨진 문제가 있다. 우리가 알다시피 특목고나 외고, 자사고에 들어가는 학생들은 중학교 성적이 상위 10% 이내에 있는 수재들이 들어간다. 이렇게 우수한 아이들이 들어간 학교의 평균성적이 일반학교의 성적보다 좋을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당연한 일에 당연한 결과가 나온 것을 가지고 호들갑을 떨 이유가 무엇인가? 이 국회의원이 말하는대로 학교간의 교육의 질을 논할 것이라면 중학교에서 상위 10%의 학생 중 일반고에 들어와 공부한 아이들의 수능성적을 기타 특목고,외고 학생들의 평균과 비교 한다면 어느정도 타당성이 있을 것이다.
만일 기자가 지적한대로 이렇게 서로 비교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측정해보지 않아서 장담하긴 어렵겠지만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공부잘 하는 아이 특목고에 집어넣어서 공부시키나 일반 학교에서 공부시키나 그 성적이 그 성적이라는 것이다. 도리어 비교 과목을 국영수가 아니라 일반과목까지 포함시킨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일반고가 더 높지 않을까 모르겠다. 기자가 이렇게 추측하는 이유는 이미 미국에서는 오래전에 이런 부분에 대해 대대적인 연구가 이어졌고, 그 결과가 그렇게 나왔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특목고나 외고 등은 이미 현실적으로 그 특수목적보다는 입시전략학교로 전락했다고 비판해도 그리 큰 무리가 없다고 보여진다. 이전 글에도 밝혔듯이 이런 수재형 학교들은 현 입시형태로 보면 수능성적 대비 내신성적의 불리함이 있고, 또 그네들의 경쟁에서 탈락한 아이들이 가지는 심리적인 위축감까지 생각한다면 이런 유형의 학교가 꼭 필요할 이유는 없을 듯 싶다. 거기다가 초등학교부터 이 특목고나 외고 입학을 목적으로 사교육 열풍까지 일고 있고, 또한 다른 학교와의 위화감까지 생각한다면 부정적인 면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전에 여당은 이런 특수학교와 이런 학교를 지원하는 정책에 대해 긍정적이었다. 그런데 지금 태도가 이렇게 돌변한 이유는 무엇일까? 정말 외고와 특목고가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면을 고쳐나가기 위해서 그럴까? 도리어 그보다는 그들이 추진하고 있는 자사고 정책을 옹호하기 위해서 또는 지금의 특목고와 외고를 자사고로 대치하기 위해서 그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더 크게 든다.
정말 안타까운 것은 정치인들의 말이다. 지금 일어나는 몇 가지 현상을 두고 어떤 정치인은 외고를 "마녀"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이 말은 지금 외고를 다니고 있거나 졸업한 이들의 명예를 완전히 훼손시키는 아주 악질적인 발언이다. 수능도 얼마남지 않은 가운데 신경이 날카로워질대로 날카로워져 있는 아이들을 격려는 못해줄 망정 이런 말로 아이들의 자존감마저 무너뜨린다는 것은 어떤 변명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보여진다. 정책을 말하기 전에 먼저 사람을 존중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도리를 지닌 정치인들이 되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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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이네 소토교회 박동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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