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네설교

지도자는 이 땅에 약자의 원한이 서리지 않게 해야 한다

코이네 2010. 1. 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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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 사무엘하 21장에는 이스라엘 다윗왕 시대에 삼년 가뭄이 든 내용이 나옵니다. 오랜 가뭄으로 고통하던 끝에 다윗왕은 하나님께 기도합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입니까? 하나님의 대답이 이전 사울 왕 때 이스라엘 내에 거하던 약소민족인 기브온 사람들을 이유없이 학살하고 핍박했기 때문이라고 대답하십니다.

성경에 자세히 나와 있지는 않지만 당시 사울왕은 당시 이스라엘의 주류를 이루고 있던 유다지역 백성들의 신임을 얻고자, 유다 지역 내에 거주하며 살고 있던 약소민족인 기브온 족속들을 박해하고 핍박하였던 것 같습니다. 당시 기브온 족속들은 유다지역 내에서 종살이를 하며 최하층을 이루며 살고 있었습니다. 사울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세우기 위해 이들을 핍박하고 학살했던 것이죠. 사울왕이 권세를 잡고 있을 때에는 이런 만행이 덮혀 있었지만 정권이 바뀌고 나자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하나님은 다윗에게 이러한 만행을 바로 잡도록 지시하신 것이죠.

그래서 다윗은 기브온 사람의 대표들을 불러다가 어떻게 하면 당신들의 원한을 풀 수 있는가를 물었습니다. 내심으로 "돈" 이나 "토지" 등으로 보상하는 차원에서 끝나길 바랬겠죠. 하지만 기브온 사람들의 원한은 골수에 사무쳐 있어 피의 보상을 요구합니다. 다윗왕은 할 수 없이 그들이 원하는대로 사울왕의 자손들 중 일곱을 기브온 사람들에게 내어주고, 그들은 그들이 거주하는 지역의 한 산 위에서 이들을 목매달아 죽이게 됩니다. 사울왕가의 입장에서 보면 격세지감을 느꼈을 것입니다.자신들에게 이런 비극적인 일이 오리라고 언제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그런데 성경을 보면 이 부분에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첫째는 이 일곱의 생명을 목매달아 기브온 백성들의 원한을 풀었을 때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사회적 약자의 원한을 기억하시고, 이에 대한 심판을 분명하게 하신다는 것입니다. 그 엄중한 심판이 우리 모든 사람들 앞에 있다는 것이죠.

그 다음은 다윗왕의 태도입니다. 이렇게 사울왕가의 일곱이 죽임을 당했을 때 그 죽임을 당한 이의 어머니가 그 시체곁에 머물며, 시체를 향해 다가오는 새떼들을 쫒으며 슬픔을 삭이고 있었습니다. 또 하나의 새로운 원한이 자리잡는 순간이죠. 이 소식을 들은 다윗왕은 목매달아 죽임을 당한 이들의 시체를 가져오게 하고, 또 전쟁에서 전사하여 무덤조차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사울왕과 그 아들들의 뼈를 수습해서 사울왕의 고향에 장례를 치뤄주었습니다. 이렇게 사울왕의 후손들이 또 다른 원한을 품지 않도록 그들을 위로하고 슬픔을 달래준 것이죠.

그런데 이 부분을 서술하던 성경에 아주 귀한 내용이 이어집니다. 뭐라고 하는가 하면 " ..모두 왕의 명령을 따라 행하니라 그 후에야 하나님이 그 땅을 위한 기도를 들으시니라" 이렇게 백성들의 원한이 치유될 때 하나님은 그 땅의 기도를 들어주신다는 것입니다.

이를 보면 지도자가 통치할 때 가장 시급하게 해야 할 것은 이 땅에 서려있는 백성들의 원한을 풀어내는 것입니다. 또한 그런 원한이 쌓이지 않는 정치를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하나님이 그 땅의 기도를 들으시고 복을 주시는 것이죠.


며칠 전 (2010.1.9) 용산참사 희생자 장례식이 범국민장으로 지뤄졌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지 355일만에 합의가 이루어졌고, 근 일년만에야 장례식을 치룬 것입니다. 이곳에 살던 세입자 5명의 목숨과 진압하던 경찰관 1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번 사태에 대해 정부가 취한 행동은 정말 실망스러웠습니다.

먼저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수사기록을 공개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세입자들의 불법 행위만을 탓하며 몰아세우다 보니 이 일로 희생당한 세입자와 진압하기 위해 투입된 경찰관의 목숨을 헛되게 하였습니다. 그저 애꿎은 희생자만 존재하게 만든 것이죠.

또한 그 이전에 재개발을 위한 협의 과정에서 자칫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세입자의 말에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고 그들의 정당한 항의를 외면해오다 결국에는 힘으로 제압하겠다고 하는 발상, 그런 과정에서 벌어진 이 사태에 대해 정부는 책임있는 태도를 전혀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또한 목숨을 다하여 명령에 따라 임무를 수행한 경찰관을 명예를 회복시켜 주지도 못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한을 풀어주는 것이 아니라 더 쌓이게 하는 모습은 일년이라는 기간 동안 이 나라의 발목을 잡고 있었던 것이죠. 다행히 이제 합의가 이루어졌고, 장례식은 치뤄졌지만 그 동안에 흘려진 피와 눈물은 어찌 닦아야 할까요?  안타깝게도 이 땅에는 이런 한이 너무도 깊게 서려 있습니다. 이 한을 풀어내야 이 땅에 비도 오고, 또한 하나님께서 우리의 기도도 들어주실 터인데 말입니다.

더 이상 이런 사회적 약자들의 한이 서려지지 않는 땅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