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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동안 암에 걸린 아내 외조한 서울대 박재형교수의 체험 투병 조언

코이네 2013. 10. 23.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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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동안 암에 걸린 아내를 곁에서 간병한 서울대 박재형 교수, 아내와 투병생활하며 직접 체험하면서 느낀 '암을 이기기 위한 투병 조언'


1997년 여름 서울대 의대 영상의학과 박재형(62) 교수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아내가 눈이 침침하고 커튼을 드리운 것 같다며, 눈의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한 것. 첨에는 연년생인 두 아이의 대학입시로 아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겠거니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당시 45세였던 아내는 악성 뇌종양인 '신경모세포종'이란 진단을 받았다. 이미 병이 깊숙하게 진행되어 아내에게 남은 시간은 고작 12개월 정도였다.

일단 병원에서 할 수 있는 치료를 다 끝냈다. 이제는 환자와 가족이 함께 극복해가야할 "투병"이라는 공동전선만 남았다. 의사인 박 교수지만 그 당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도 밖에 없었다. 그런데 고작 1년을 살 수 있을 거라는 아내가 12년을 버텼다. 박 교수가 기도할 때 아내는 듣기만 하고 드러누워 12년을 지냈다. 그 사이 박 교수는 신앙이 약해지다 회복하기를 반복하였다. 투병 과정은 환자에게나 가족에게나 신앙과 인격의 훈련 과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12년을 아내 곁에서 병간호를 해낸 박 교수. 그에게 그의 경험에 비추어 어떻게 투병할 것인가 조언을 들어보았다.


박재형교수_서울대_암투병기

서울대 영상의학과 박재형 교수



첫 번째 단계는 기도하는 것이다. 문제의 본질을 알기 위해 기도해야 한다. 나에게 왜 이런 걸 주셨나, 내가 잘못한 게 뭔가를 묻는 질문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역경을 주시는 건 하나님께로 오라는 사인이므로 기도해야 합니다. 기도하고 회개하면 하나님은 기도를 들어주십니다.”

회개하면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그동안 하나님 은혜에 감사하지 못한 것, 자녀와 아내에게 잘못한 것을 회개하게 하셨다.

두 번째 단계는 전략이다. 전략의 첫 번째는 어려움을 당했지만 이것도 하나님 나라의 한 부분이라고 선포하고 포기해야 한다.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고 맡기면 다시 다 주신다. 또 감사하는 전략이다. 감사하면 힘이 나온다. 힘이 있어야 투병할 수 있다. '감사하다'고 한 번 할 게 아니라 10번을 큰소리로 외치다보면 진짜 감사하는 마음으로 바뀐다. 치료할 수 있어, 간병할 수 있어, 기도할 수 있어, 다른 사람이 기도해준다고 해서 등 감사 제목이 끝없이 나온다.

여기에 효율과 장기 계획 전략도 필요하다. 우선순위를 세워 집중해야 한다. 투병에 장애가 되는 건 다 버려야 한다. 자녀들에게도 부담을 주지 말아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집안 전체가 가라앉으므로 선을 그어줘야 한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간병을 하게 될 때도 자녀들은 마음이 가벼워 더 효과적으로 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사방에 도움을 청해야 한다. 내가 도와줘 신세를 갚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을 청하면 보람을 느끼며 도와준다. 특히 기도요청을 해야 한다.

세 번째 단계는 사명이다. 투병에 머무는 게 아니라 새로운 관점을 주신다. 아픈 사람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신다. 관심이 생기고 다른 사람의 고통에 동참하게 된다. 즉 다른 사람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이 생긴다. 넉넉한 마음이 생기며 사명에 눈뜨게 된다.

아내를 간병하며 폭을 조금 넓히라는 주님의 뜻을 알게 돼 양주에 ‘영파실버홈사랑의집’을 운영하고 있다. 사랑의집은 노인요양보험 공동생활체이다. 아내를 간병하며 사회복지학 공부를 해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도 땄다. 또 출석하는 대길교회에서 7년 전 설립한 대길사회복지재단 상임이사로 섬기고 있다. 해마다 설 연휴에는 단기 선교도 나간다. 아내가 발병한 다음해부터 시작, 올해로 11차례 다녀왔다. 아픈 것을 계기로 새로하는 일이 생겼다.

네 번째 단계는 맡기고 자유롭기다. 빌립보서 4장 6절 말씀처럼 예수님과 같이 짐을 나눠지면 짐이 가벼워진다. 마지막 단계는 인내다. 울어야 될 어려운 일이 있어도 울며 씨를 뿌리면 분명히 하나님이 기쁨의 열매를 주신다. 투병하는 자체가 씨가 돼서 뭔가 열매로 나타난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시련과 역경을 주시는 것은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주신 것이다. 고난을 기다리거나 바라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그 고난과 역경을 극복해갈 때 우리는 좀 더 사람다움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고, 하나님께서 우리 안에 만들고자 하시는 그 사람다움을 이루어가는 것이다.

아무리 사랑해도 12년이나 그 곁에서 그것도 자신의 일을 하면서 병수발 든다는 것, 결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를 통해 또 다른 삶의 무게와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것이 아닐까? 박재형 교수에게 나도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 존경과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


 

 


by 코이네 소토교회 박동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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