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네 인생

아이들에게 어른식 농담했다가 겁쟁이 아빠 된 사연

알 수 없는 사용자 2016. 4. 7.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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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청천벽력같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우리집 막내 딸이 신종플루라고 하네요. 어제부터 열이 떨어지지 않아서 오늘 병원에 가보니 검사결과 확진판결이 났습니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치료제를 주는데 정말 약을 한보따리를 주더군요. 사진을 찍지 않아 보여드릴 순 없는데, 이거 병이 아이 잡는게 아니라 약으로 아이 잡을 것 같아 약을 먹이지 않고, 근처 한약방에서 조제해준 감기약을 주었습니다.

 

전 아이가 넷인데 이중 둘이 비슷한 증세를 보였고, 그 감기약으로 나은 경험이 있어, 아내가 타미플루보다는 이것이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한약을 먹이고, 집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한의사 말로는 확진 판결을 받은 환자들 중 많은 사람이 자기가 조제한 약을 먹고 나았다면 자신하는 것도 있어서 일단은 이렇게 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효과가 있을 지는 내일 다시 알려드리죠.

 

 

막내딸 제게 아빠는 겁쟁이라고 했던 막내딸입니다. 이렇게 입을 삐죽이 내밀고 아빠는 겁쟁이라고 하는데, 가슴이 철렁 내려앉더군요.ㅎㅎ 그런데 이 녀석이 벌써 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신종플루 확진결과를 아내가 제게 전화로 알려줬을 때 제가 엄살을 좀 폈습니다. 이구 이제 우리 막내 가까이 가면 안되겠네. 집에 데려오지 말고 그냥 병원에 입원시키지 않고 그래, 오늘 우리 막내 뽀뽀했는데 나도 이거 옮은 거 아냐~ 이런 식으로 아내에게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근대 아내와 이런 대화를 이 녀석이 그대로 들은 것입니다.

 

참고로 초등학교까지 아이들은 어른들의 농담을 이해하지 못하다고 합니다. 농담도 진담으로 듣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어른식의 농담을 들려주면 아이들이 많이 혼동한다며, 아동심리 전문가들은 아이들에게 어른식의 농담을 삼가는 것이 좋다고 하더군요. 제가 아내와 한 농담을 우리 아이 어떻게 받아들였을까요?

아이가 힘들어할 것 같아 점심 때 시간을 내서 집에 갔습니다. 안아주고, 기도도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에서죠. 그런데 제가 집에 들어갔는데 우리 막내 저를 보고도 아는 체도 하지 않는 겁니다. 아이 옆에 가서 괜찮니? 아빠 걱정했어, 이리와 아빠가 안아줄께 하는데, 이녀석 아주 뽀루퉁해가지고 제게 하는 말이 "아빠는 겁쟁이야" 그러는 겁니다. "왜 아빠가 겁쟁이야?" 물으니 엄마와 통화하는 내용을 다 들었답니다. 그래서 너무 서운하고 아빠는 겁쟁이처럼 느껴졌다는 거죠. 그리고 아빠는 날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되었답니다. 어휴~ 이놈의 신종플루 때문에 우리 막내에게 "겁쟁이 아빠"가 되어버렸습니다. ㅜㅜ

아냐, 아빠가 엄마와 농담한거야. 아빠는 우리 막내공주가 아무리 나쁜 병에 걸려도 곁에 꼭 있을거야. 아빠가 만일 그렇다면 지금 이렇게 집에와서 우리 공주 안아주겠어? 그리고 이렇게 뽀뽀도 해주겠어? 힘들면 아빠 품에 안겨서 우리 함께 잘까? 아빠가 자장자장 해줄께~ 그러면서 겨우 아이를 이해시켰습니다.

우리 아이 그제서야 활짝 웃습니다. 저의 실없는 농담에 정말 걱정했던 것이죠. 혹시 아빠가 신종플루 때문에 자기를 싫어하면 어떻게 하나, 버림받으면 어떻게 하나 싶은 그런 불안이 가득했던 것이죠. 다행히 제가 때를 놓치지 않고 아이 곁에 와주었기 때문에 그나마 그런 걱정을 들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아이 손을 꼭잡고 함께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우리를 끝까지 지켜주세요. 이 병을 이길 힘을 주시고, 치료해주세요."  참 다행인 것은 하나님은 우리가 어떤 처지에 있더라도 결코 홀로 내버려두지 않으신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렇게 든든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죠.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변함없는 하나님이 사랑처럼 그렇게 상황에 관계없이 사랑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오늘 신종플루 때문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추가) 우리아이들 넷 다 신종플루에 걸렸는데, 병원에서주는 타미플루 복용하지 않고, 한의원에서 조제한 약을 먹였습니다. 감사하게도 넷 다 건강을 회복했습니다. 

 

by 코이네 소토교회 박동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