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네 신앙

목사가 생각하는 봉은사 땅밟기 파문

코이네 2010. 10. 27.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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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밟기의 유래와 봉은사 땅밟기 파문


오늘 신문(2010.10.27)에 모 찬양학교 학생들이 봉은사에서 땅밟기를 하며, 이곳을 하나님의 땅으로 선포했다는 기사가 있었다. 그들이 왜 그리 했는지 또 어떻게 했는지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대충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형태는 이 일 말고도 종종 볼 수 있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땅밟기라는 것이 있다. 예전 구약성경 여호수아에 보면 이스라엘 백성들이 여리고성을 함락시킬 때 먼저 싸움부터 한 것이 아니라 성 주위를 둘러싸고는 며칠동안 침묵으로 땅을 밟으며 돌기만 하다가 마지막 날에 큰 함성을 지르자 그 성이 무너졌다는 기록이 있다. 이것을 본 따 현대 기독교인들은 선교하고자 하는 지역이나 꼭 구하고자 하는 땅이 있으면 그곳의 땅을 밟으며 예배하고 기도하며 그 목적을 이루고자 하는 일종의 신앙의 열심을 보여주는 행동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땅밟기를 두고 꼭 부정적으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기독교인들은 이런 신앙의 행위 때문에 항간의 비판과 욕을 싸잡아 먹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간단히 말하면 예의와 상대에 대한 배려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한국 기독교는 상당히 거칠고 극단적인 형태로 나아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교리와 예수님의 가르침의 정수가 "사랑"인데, 그 사랑을 부르짖으면서도 일방적이고, 도발적인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극단적인 행동을 해야 참 신앙인 답다는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한국기독교가 이렇게 극단적으로 흘러가는 것은 기독교 안팎으로도 상당한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먼저 대외적인 이미지가 아주 부정적으로 비춰지고 있다는 것과 안으로 기독교인들 사이에서도 이런 극단적인 신앙을 하지 않으면 마치 제대로된 신앙인이 아닌 것 같은 그런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위화감은 기독교인들로 하여금 닮고자 하는 샘플을 아주 심각하게 손상시킨다. 기독교인들이 닮아야 할 최고의 샘플은 예수님인데, 이런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과 예수님의 행동을 비교하거나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이런 극단적인 행동을 서슴치 않는 것일까? 네 가지의 큰 이유가 있다고 본다.

첫째는 목회자들의 자질 문제이다. 한국교회에는 제대로 된 신학을 공부하지 않고 목사가 되어 목회를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무엇이 성경적인지 아닌지를 모르며, 자신이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기독교적인지 반기독교적인지, 심지어 이단인지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단지 정통교단이라는 허울만 쓰고 있지, 성경을 이해하는 능력에 있어서는 상당한 약점을 갖고 있다보니 이런 극단적인 행동으로 자신들의 행태를 정당화하려는 경향도 있는 것이다.

둘째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기질적인 문제도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는 중도가 설 자리가 없다. 왜 그런가? 우리는 모든 것을 이분법적으로 이해하여 뭐든지 내편과 나쁜편을 구분한다. '중도'가 중요한 것은 내편 니편을 가르기 전에 그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토의하고, 객관적으로 그것을 이해하려는 문화가 있을 때 중도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중도가 없다보니내 편이 아니면 모두가 적이라는 이상한 사고 방식을 갖고 있고, 여기에 기독교인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식을 신앙생활을 하기에 이런 일들이 자꾸 일어나는 것이다,
 
셋째는 교세확장과 성장 지상주의에 물들어 있는 목회관 때문이다. 목사들이 교회를 운영하는 것을 목회라고 하는데, 언제부터인가 가장 큰 목적인 교회의 교세를 불리는 것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이 교세를 확장하는 것을 선교라는 미명으로 정당화하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런 형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교인들이 그리스도인으로서 당연히 가져야할 예의와 사랑의 태도를 잃어버리고 있다. 그러다보니 예수의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전도인데, 이것이 어떻게 하든 사람을 교회로 끌어오는 것으로 변질되고 만 것이다. 그러다보니 전도하는 태도 역시 거칠고 무례하고 술수가 난무한 사람 끌어오기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넷째는 '하나님 나라'에 대한 잘못된 인식 때문이다. 이번에 봉은사 땅밟기를 한 이들도 그곳에서 "하나님 나라 선포"를 했다고 한다. 그렇게 한다고 하나님 나라가 이루어질까? 도대체 하나님 나라가 무엇인가? 성경을 보면 하나님의 나라는 하나님이 다스리는 것이라 하였다. 하나님이 하나님의 성품으로 하나님의 뜻으로 하나님의 사랑으로 그 뜻을 실현시켜가는 것이 하나님 나라이다. 그 중심은 하나님에 있다.

그런데, 이 하나님의 나라를 자꾸 사람의 나라, 교회의 나라로 만들려고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성경에서 하나님의 나라는 하나님의 사랑으로 이루어지는 나라이다. 그런데 이들은 눈에 보이는 우상을 타파하고, 타종교를 말살하고, 부처의 목을 잘라서 되는 나라로 착각하는 것 같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선교는 옛날 이스라엘이 가나안 땅에 들어갈 때의 정복전쟁을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전도를 하는 것이지 정복하는 것이 아니다. 앞서도 말했듯이 전도는 예수님의 사랑으로 한 영혼을 존귀히여기고 사랑하며, 그를 위해 희생하여 마침내 구원하는데 있다. 이는 억지로 강제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왜 자꾸 정복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기독교인들에게 하나 질문하고자 한다. 과연 타종교가 다 없어지면 기독교세상이 되겠는가? 권력으로 기독교세상을 만든다면 모든 사람들이 구원받을 수 있겠는가? 결코 아니다. 기독교가 성장하지 못하는 것은 타종교가 잘되어서, 강해서가 아니라 자신 스스로 제 길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경에 그리스도인을 두고 "세상의 빛"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빛이 빛으로서 제 모습을 찾으면 빛이 비치게 되어 있는 것이다. 남을 굴복시키고 망하게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 아니라 지금 내 모습이 온전한가를 살피며 반성하고 회개하는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

필자는 이름을 내세울 수 없는 작은 목사에 불과하지만, 이번 봉은사 파문 결코 남탓할 일이 아니기에 불교계에 정중하게 사과하고자 한다.
 
"물의를 끼쳐 죄송합니다."

by 코이네 소토교회 박동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