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이야기

난 대학 다닐 때 순수 운동권이었다

코이네 2020. 3. 17.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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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때 체력 하나는 자신 있었다. 

난 순수 운동권이었다. 아침 일찍 학교가면 운동장에서 축구 한 게임하고 수업에 들어갔고 오후에는 태권도부라 2시간 이상을 수련했다. 학교에서 주최하는 10킬로 마라톤정도는 가뿐하게 달렸다. 등수에는 못들었지만..


부산대학교부산대학교 운동장



1987년 참 많이 달렸다. 서면에서 달리다보면 어느새 광복동에 와 있었고 거기서 다시 서면으로 얼마나 왕복했는지 모른다. 왜 달리긴 데모한다고 달렸지.


데모대는 앞줄이 주동자 가운데는 단순가담자 뒤쪽은 배후조종자이다. 난 데모할 때 머리 쓴다고 단순가담자 행렬을 사수하려고 노력했다. 한참을 독재타도를 외치고 있는데 뒤에서 내이름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난 시위대와 시위진압대 가운데에 홀로 서 있었다. 왜 이렇게된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현실이 그랬다. 전경들이 최루탄을 쏘아대는데 규칙대로 하늘을 향하는게 아니라 조준해서 사격해댄다. 최류탄들이 눈 앞을 스쳐지나갔다. 놀래서 그걸 피해 열심히 달렸다.


광복동에서 데모하는데 저녁이 되니 배가 고팠다. 그러자 동네분들이 빵괌우유를 나눠주셨다. 

전경들도 저 멀리서 밥을 먹는다. 역시 밥먹을 때는 평화롭다.


하루는 광복동에서 백골단에게 쫒겼다. 대여섯명이 난 잡으려고 쫒아왔다. 방향을 보수동으로 틀어 산복도로로 올라갔다. 가파른 계단을 열심히 올라가니 백골단 애들 저 밑에서 헥헥거리고 있다. 난 산복도로로 올 라가 열심히 뛰었다. 수정동까지 와서 큰길로 내려와 버스타고 집에 왔다.

그 험한 시간 다행히 한번도 잡힌 적이 없었다.

역시 난 타고난 운동권인가 보다.


by 코이네 박동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