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이야기

대학 때 경찰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요주의 인물이 된 사연

코이네 2020. 3. 25.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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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다닐 때 나도 모경찰서에서 관리하는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적이 있었다. 

하루는 수업 중에 갑자기 학과장님이 조교를 통해 날 불렀다. 

수업시간 중에 불려갔으니 친구들도 많이 걱정했고 나도 불안했다.

교수님께서 지난 주에 총학생회에 간적이 있냐고 물으셨다. 있었다. 




당시 총학에서 수업거부에 대한 전교생의 투표가 있었고 결과는 부결되었다.

그러자 총학생회에서 회장 이하 임원들이 학교 정문에서 단식투쟁을 했고 이것이 동정심을 유발해서 재투표하게 하였다.

그리고 재투표 결과 이전 결과를 번복시켰다.

일사부재리의 원칙이 이렇게 무너졌다. 


화가 나서 나도 그 때 첨으로 대자보를 써붙였다. 

민주주의를 외치면서 이렇게 민주주의를 무시해도 돼냐? 

학교 밖에서는 민정당이 독재하고 학교 안에서는 총학이 독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내가 써붙인 대자보는 한 시간도 채 되지않아 총학이 쓴 대자보로 대체되었다. 

화가 나서 총학을 찾아가 따졌다. 

그랬더니 이들은 비상시국이라 민주적인 절차를 지킬 수가 없고 대자보 붙일 공간이 없어서 내가 쓴 대자보를 치웠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나는 사과를 요구했고 내가 물러서질 않자 마지못해 사과했다.


그 일이 경찰에 어떻게 보고가 되었는지 요주의 인물로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것이다. 

교수님은 빨리 집에가서 문제가 될만한 책이랑 물건이 있으면 치우라고 하셔서 집에 있는 전공서적 빼고는 다 산에 구덩이를 파고 숨겼다. 후에 경찰이 집에 다녀갔다고 할머니께서 걱정스럽게 말씀해주셨다. 

다행히 더이상 별문제는 없었다.


내가 총학생회를 방문한 다음날 재밌는 현수막이 학교에 걸려 있었다.


"우리는 민정당이 아닙니다."


아닙니다인지 다릅니다인지는 가물가물한데 하여간 그거 보고 많이 웃었다.

난 당시 총학인 주사파가 참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 친구들 중에 운동권들도 많이 있어서 논쟁을 많이 했는데 왜 사람을 우상화하는지 이해가 안됐다. 

그것도 같은 민족에게 총부리를 들이댄 미친 독재자를.. 그렇게 추종할 인물이 없나?

아무리 전두환이 밉다고 김일성을 추종하냐? 

하루는 운동권이 주도하는 공개토론회에 참석해서 그렇게 북한이 좋으면 거기 가서 살아라고 했더니 

그러겠다고 대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대학시절 운동권과는 좋은 기억이 없다. 

그들은 반칙의 명수였다. 목적을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전형적인 이중성을 보였다.

학회장 선거에 나갔는데 상대는 운동권이었다. 페어플레이 하자 약속하면서 우리끼리 선거규칙을 정했다. 

선거운동방식과 선거방식 시간 모두 합의했다. 그런데 그 다음 날 그들이 지킨건 하나도 없었다. 

항의 했지만 소용없었다. 자기가 한게 아니라고 발뺌했다. 

결과는 내가 낙선했다. 씁쓸했다.


대통령 선거가 있을 당시 공정선거관리위원으로 자봉활동을 했다. 

교육도 몇차례 받았던 것같고 선거 당일 평화민주당에 소속되어 한지역에서 감시활동을 하루종일했다. 

그런데 점심을 안줬다. 내가 대표로 당사에가니 총학 간부가 하나 와있었다. 

그들은 내게 귤 한박스 주면서 자기들은 가난해서 점심도 못줘서 미안하다고 한다. 

그 이야길 같이 봉사활동하던 친구들에게 말하니 무슨 말이냐며 펄쩍 뛴다. 

우리 점심값은 국가에서 다보조해줬다는 것이다. 나는 아직까지 누구 말이 맞는지 모른다. 

그날 민주당 사람들이 자기들 도시락 남았다고 가져온 것으로 겨우 허기를 때웠다.


이후 몇차례 더 운동권과는 좋은 기억이 없는 만남들이 있었다. 

내 눈에 그들은 정의의 사도가 아니라 그저 정치하고픈 사람들이었다.


by코이네 박동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