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네 칼럼

대통령후보들의 공약 옥석을 가릴 수 있는 방법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12. 19.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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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철학, 정치인들의 공약 그 진위를 가릴 수 있는 방법



분석철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필자가 대학을 다닐 때만 해도 이 분석철학은 전세계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세하였고, 지금도 그 영향력은 줄어들고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분석철학은 철학의 진정한 임무를 분석하는 것에 두고 있습니다. 가장 큰 분석의 대상을 사람들의 말에 두고 있으며, 이 말을 분해하여 정확한 개념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쓰고 있는 말과 그 말이 갖는 개념이 같은 것이면 그 말은 아주 명료한 말이 되어,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같은 뜻으로 알아듣습니다. 그런데 말과 개념이 서로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똑같은 단어가 상황이 달라지면 다른 뜻으로 쓰이기도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그 말의 문맥을 살피고 그 말이 쓰이는 맥락을 파악해서 마침내 개념을 분석하는 작업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렇게 할 때 그 말의 진위가 제대로 가려지며, 개념이 명확해지는 것입니다. 

분석철학이 철학사조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전에 수많은 철학의 논리와 사상들을 향해 그 개념이 정확하게 뭐냐고 메스를 들이댄 것입니다. 모호한 채로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채 철학이란 이름으로 가장한 모든 것들을 향해 선전포고를 한 것이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 이 분석철학의 포문에서 멀리 벗어나 있는 듯합니다. 말이 너무 모호합니다. 어떤 이는 이를 두고 정치적 발언이라고도 하면서 정당화시키더군요. 이런 정치적 발언을 제대로 할 줄 모르면 마치 덜떨어진 사람 취급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분석철학자들의 시각에서 보면 이런 정치적 발언을 일삼는 사람들은 개념없는 사람에 불과합니다.

즉 말을 모호하게 하는 사람들은 개념이 모자란 사람들이기에 그 말처럼 자신이 처한 현실도 모호하게 만들어버리는 위험한 존재인 것이죠. 마치 사회를 늪으로 만드는 것과 같기에 지도자일수록 그 뜻을 명료하게 나타내주어야 하며, 책임있는 자세를 지녀야 그 사회가 안정이 되고 발전을 기약할 수 있는 것입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전 100분 토론의 사회를 본 손석희 아나운서를 좋아합니다. 그 사람 개인에 대해서는 사실 아는 바가 별로 없고,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다거나 하는 개인적인 친분은 없습니다. 단지 나는 브라운관에서 그를 보았을 뿐입니다. 저는 그의 토론방식을 좋아합니다. 그는 토론 속에서 모호한 정치적 발언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하고 있는 말의 개념이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그 사람의 입으로 말하게 만듭니다. 그저 말잘하는 사람이 그 자리에 나오면 큰 곤경을 치릅니다. 대충 국민들에게 진실을 포장하기 나왔다가는 그 진실을 까발리게 하든지 아니면 제대로 말해서 그 말에 책임감을 갖도록 하든지 만들어버립니다.

독재자일수록 모호한 사회를 동경하며, 결코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 책임지고자 하는 마음이 없는 비겁한 이들이 원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속내대로 챙길 수 있는 이익을 다 챙긴 후에 얼마든지 다른 핑계를 대며 빠져나갈 수 있으니 말입니다. 사회는 온갖 잡다한 이유를 붙여 점점 이렇게 말을 명료하게 하는 이들, 개념을 잡게 하고,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하는 이들을 퇴출시켜 왔습니다. 이렇게 가는 그 끝은 도대체 어디일까요?

오늘 선거입니다. 나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전에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는 사람들의 공약을 좀 더 꼼꼼하게 살펴보면 좋겠군요. 공약의 두서가 맞는지, 혹 말로만 하는 공약인지, 정말 책임을 질 수 있는지,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무엇인지 말입니다.



by 소토교회 코이네 박동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