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네 시사

만장일치가 갖는 함정, 이번 국회파동을 진단한다

코이네 2010. 1. 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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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이 없는 팀워크와 국회파동, 소통없는 정부와 토론이 없는 정책 결정,만장일치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어느 조직체든지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경영이 이루어져야 한다. 효율적인 경영의 핵심은 팀워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팀워크는 팀의 구성원들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각 역할에 따라 책임을 다하고 협력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팀워크를 잘못된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면 오히려 조직의 앞길을 가로 막는 함정이 될 수도 있다. 그 중 하나가 팀워크가 좋은 팀에는 갈등이 없다는 생각이다. 구성원들이 팀 분위기에 지나치게 얽매이게 되면 서로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하지 못하고, 의견의 충돌을 회피하는 데 더 큰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분위기가 형성되면 ‘나만 참으면 되지’ 라는 소극적인 태도가 만연해져서 표면적인 관계는 좋아지고, 의사 결정은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는 있다. 그러나 결정이 쉽게 내려진 이유가 권위에 대한 굴복에 의한 것이든지, 조직의 분위기에 편승하기 위한 편의에 의한 것일 경우 모두가 찬성하였으므로 최상의 선택으로 여겨졌던 결정이 사실은 어느 누구도 원하지 않았던 최악의 선택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번 정기국회는 예결산을 심의하고 결정하는 자리이다. 4대강 사업에 관한 부분이 화두로 떠올랐고, 여야는 이로 첨예한 대립을 보였다. 결과는 이미 예상한 대로 한나라당의 날치기 통과로 끝이 났다. 누구도 바라지 않는 결과이지만 누구나 예상했던 결과로 끝난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 여야 모두 상대탓을 하기 바쁘다. 이렇게 4대강 사업에 관한 부분에 대해 왜 여야가 대립하는가? 그것은 이 사안에 대해 당론으로 결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당 안에서 이미 만장일치로 그 사안에 대해 결정한 사안이기 때문에 여야가 대립한 것이다.

실제 4대강 사업에 관한 부분을 보면 여든 야든 이 부분은 지역경제와 환경에 맞물린 상당히 중요한 문제이다. 어느 지역은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어느 지역은 최악의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국회의원이라면 일단 자신이 속한 지역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짚어봐야 하고 그 득실을 따져봐야한다. 하지만 이번 4대강 논의 과정에서 여든 야든 이 문제를 일단 지역의 관점에서 제기한 부분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 너무 아쉽고 안타깝다. 모두 당론에 묻혀서 그 세부적인 논의 과정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날치기국회

격투장으로 변해버린 국회



나는 부산에 살기에 사실 4대강 사업에 관해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일단 환경파괴는 말할 것도 없고, 이 사업이 제대로 완성되어지면 일단 부산시민들은 식수문제로 엄청난 고통을 겪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 대책으로  인근 지역에 있는 강의 물을 끌어와서 식수로 삼으면 된다는 대안이 나와있지만, 이를 시행하기 위해서도 엄청난 비용이 들며, 또한 한강과 청계천의 문제에서 보듯이 물을 사용하는 요금을 치뤄야 한다. 이렇게 보면 수도사용료가 인상될 것은 뻔한 이치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 설득력있는 대책은 아직 보질 못했다. 이렇게 상수원에 관한 문제는 4대강 사업이 갖고 있는 문제의 극히 일부에 속한다. 짚어보고 따져봐야할 것이 너무 많다. 그럼에도 부산시의 국회의원들은 이런 부분에 대해 누구 하나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그저 당론에 따랐다. 바로 만장일치의 함정에 빠진 것이다. 

이렇게 되었을 때, 나는 국회의원들의 정체성에 대해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당신들은 누가 뽑은 사람이며, 누구를 위해 일하는 사람인가?

아마 지금 국회의원들은 당이 자신을 뽑았으며, 당을 위해 충성할 일꾼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만일 그렇다면 구태여 국회의원들을 지역에서 힘들여 뽑을 필요가 무엇 있겠는가? 당이 아니라 내가 속한 지역에서 그 지역의 일꾼이 필요해 자신을 뽑았으며, 좀 더 대의적인 활동을 위해 당과 결속되어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당을 위해 충성하기 이전에 지역의 일꾼임을 잊지 않아야 다음에도 지역의 부름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내 지역구에 있는 국회의원 중 지역에 대해 제대로 일하지 않은 사람 다음에 절대 뽑지 않을 것이다. 


거수기정당

거수기로 전락한 현 여당@2013-12-27자 동아일보에서 인용



대의라는 것이 어떻게 결정되는 것인가? 위에서 그저 당론이라고 결정한 것에 대해 따르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사안에 대해 먼저 그 당 안에서 각 지역에 있는 국회의원들이 서로 피터지게 검토하고, 토론하고, 서로를 설득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그런 합의 과정을 거친 후에 마침내 당론이 나와야 그것이 민주주의적인 것이다. 그런 과정이 없이 결정되는 당론은 당론이 아니라 지령이다. 국회의원은 그런 지령을 따르는 거수기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그런 거수기 노릇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걷어차는 행위이다.
 
반대자가 없는 만장일치의 결정이 이루어진다고 해서 반드시 팀워크가 좋다고 말할 순 없다. 도리어 좋은 팀워크는 서로의 차이 속에서 그 갈등을 극복할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갈등을 극복해가는 팀워크를 가질 때 그 공동체는 더욱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이젠 당론으로 결정한 사안에 대해 여야가 힘대결을 벌이는 국회가 아니라, 각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이 그 사안에 대해 냉철하게 판단하며, 심도있는 논의가 이어지는 그런 국회가 되길 기대한다. 그래서 거수기로 전락한 허수아비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국회가 아니라, 자신의 심장과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지역을 위해 분골쇄신하며, 대의를 만들어가는 그런 국회의원들이 자리하는 국회를 소망한다


*이 글은 2014.1.22.9:30pm에 수정update 되었습니다.

 

 


by 코이네 소토교회 박동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