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네 칼럼

목사님들에게 노자의 '공성이불거'를 가르치고 싶다

코이네 2011. 5. 19.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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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성이불거, 조성노교수의 칼럼



이전 제가 신학교 다닐 때 조직신학을 강의하신 조성노 목사님(현, 푸른교회 담임목사)께서 목회자 신문에 투고하신 글입니다. 오늘 제 품에 날아온 신문을 들여보다 정말 제 마음을 너무 시원하게 말씀해주셔서 반갑기도 하고 고맙기도 해서 제 블로그에 전문을 실어 여러분에게 소개합니다. 







                                    총총한 눈빛 정정한 기력 
 

구약성경 '열왕기상'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다윗 왕이 나이가 많아 이불을 덮어도 따뜻하지 아니한지라 그의 신하들이 왕을 위하여 젊은 처녀 하나를 구하여 그로 왕을 받들어 모시게 하고 왕의 품에 누워 왕으로 따뜻하게 하니라"(1:1-2). 젊은 시절 그토록 혈기 충천하던 다윗도 세월 앞에서는 어쩔 수 없어 이제 제 앞가림마저도 여의치 못한 처지가 됐다는 것입니다. 성경은 그가 누구든 과거의 공적을 이유로 그의 말년을 미화하거나 얼렁뚱땅 넘어가지 않습니다. 어떤 인물이건 그의 마지막 인생행로에 대한 진실을 가차없이 전합니다. 

 그런데 다윗에 비해 모세의 경우는 다릅니다. 그는 말년까지도 육신의 기력뿐 아니라 정신력과 분별력, 또 백성들을 진두지휘한 리더쉽과 카리스마까지 결코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노쇠하여 백성들의 여정에 장애가 되거나 누를 끼치기는 커녕 도리어 미래를 이끌어 가는 힘과 꿈의 원천이 되어주었으며, 비록 자신은 약속의 땅으로 들어가지 못했으나 백성들의 앞길을 미리내다 보며 격려하고 준비시키는 등 마지막까지도 자신의 소임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런 그를 두고 성경은 "그가 죽을 때 나이 백이십세 였으나 그의 눈이 흐리지 아니하였고 기력이 쇠하지 아니하였더라"(신34:7)고 합니다.

돌이켜 보면 모세는 광야 40년을 유랑하는 동안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습니다. 툭하면 백성들이 원망하고 작당하여 대들며 그를 힘들게 하고 아프게 했습니다. 따라서 누구나 그런 험한 세월을 보내고 나면 성품 어딘가가 뒤틀리게 마련이고 눈초리는 남을 의심하는 투가 되며 처음 열정은 다 사라져 냉랭할 뿐 아니라 극심한 피해의식 탓에 누구도 진심으로 사랑하기가 어려워지고 매사에 바른 분별력보다는 도리어 편견과 오만으로 가득 찬 사람이 되기 십상입니다. 그러므로 그런 사람에게는 삶의 활력이나 미래에 대한 건강한 비전을 기대하기가 어렵습니다. 더구나 모세의 경우 천신만고 끝에 목적지의 문턱에까지 다다른 마당에 그 최후의 결과물을 제 손으로 포기해야 하는 현실을 받아들이기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바로 이 대목에서 추해지고 또 오욕의 나락으로 추락합니다. 요즘 우리나라 대형교회 목회자들의 세대교체가 심한 내홍을 겪으며 연일 세상 언론의 혹독한 비판을 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도 결국은 공로의식 때문입니다. 노자의 도덕경도 '공성이불거'라 하지 않았습니까? '공을 세웠으면 거기 머물지 않는다'는 뜻의 이 경구야 말로 잘못 해석된 기독교의 도그마보다 얼마나 더 시원하고 통쾌한지 모릅니다. 자기가 쳐놓은 공로의 그물에 웅크리고 앉아 거기에 걸려드는 것을 잡아먹고 살겠다는 사람, 그런 사람은 이미 죽은 인생이나 진배없습니다. 키에르케고르는 그런 사람을 '거미형의 인간'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모세는 적어도 그런 탐욕의 올무에 빠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자신의 육신과 심령을 끊임없이 지혜와 열정으로 채워가며 그 어떤 삶의 함정도 용납하지 않았기에 1백 20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눈빛 총총하고 기력 정정한 영원한 청년'의 모습으로 히브리 역사에 길이 남았던 것입니다.

오늘 우리도 남의 인생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얘기할 게 아니라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남게 될 것인가를 늘 가슴에 새기며 살아야 겠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식지않는 열정을 품고 나이가 더 들어도 뒷짐이나 지고 감놔라 배놔라 하는 잔소리꾼이 아니라 늘 꿈으로 빛나는 눈동자를 가지고 사람들의 가슴 속에 희망의 샘이 솟게 해야 합니다. 비록 노년을 살망정 항상 청년의 기개로 거침없이 미래를 열어가는 생기, 즉 하나님의 성령으로 충만해야 합니다. 그럴 때 비로소 사도 바울의 이런 고백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낙심하지 아니하노니 우리의 겉 사람은 날로 낡아 가나 속 사람은 날로 새롭도다"(고후4:16). 

 오늘, 세월의 속절없음을 안타까워하시는 이 땅의 모든 어버이들께 모세처럼 육신의 나이를 이기게 하시는 하나님의 축복이 함께 하시길 진심으로 빌며 빨간 카네이션 한 송이를 바칩니다!  (*)조성노 목사(푸른교회)  



'공성이불거' 이 말을 제 가슴에 새겨봅니다. 늘 꿈으로 빛나는 눈동자를 가지고 사람들의 가슴 속에 희망의 샘이 솟게 해야 한다. 성령께서 제 가슴에 그런 청년의 열정으로 늘 함께 해주시길 간절히 소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