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네 교육

교육비 누가 돈내느냐에 따라 질이 달라진다

코이네 2010. 12. 3.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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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교육, 정부가 무상교육을

해야 하는 이유




오늘 오세훈 시장이 서울시의회의 무상급식 전면실시 통과에 관한 기자회견 내용이 언론의 관심을 받고 있더군요. 무상급식 전면실시에 관해 오 시장은 포풀리즘의 전형이라고 비판하며, 이를 시행할 경우 나라가 거덜날 것이라며 서울시의원들과 동반사퇴해서 다시 심판을 받고 싶다고까지 하였습니다. 솔직히 그의 그런 발언은 이전에 오세훈이란 인간에게 가졌던 좋은 감정들이 사라지고, 이 양반 정치를 좀 오래하더니 역시나 그렇게 오염되어 버리는 구나 싶어 좀 서글픈 마음까지 듭니다.

일반적으로 어떤 정책을 시행하려면 일단 시범적인 절차를 거친 뒤에 점차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기본적인 절차인데 그런 절차까지 무시하고 있다는 대목에서는 실소를 금할 수 없었습니다. 이 때까지 그런 절차 제대로 지킨 적은 있는지 되묻고 싶기도 하구요.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이 정책 제대로 성공하면 다음 선거 때 자기들로서는 아주 큰 악재에 해당하기에 어떻게 하든 막아보고자 하는 그런 속내가 너무 드러나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드네요. 


오늘은 돈과 교육의 내용이 갖는 상관관계에 대해 말해보고자 합니다. 우리는 교육에 대해 여러가지 좋은 말로 그 목적을 포장합니다만 그 목적을 적나라하게 표현한다면 나라가 필요한 인재를 키우는데 있습니다. 나라를 위한 인재가 그저 권력에 복종하는 인간이냐 하니면 나라를 개혁하며 쇄신하는 인재냐 하는 것은 차치하고 일단은 이 나라 이 사회에 필요한 사람으로 키워내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국가가 교육을 관장하고, 교육제도에 깊이 관여하는 것이죠. 그런 제도 아래서 우리 아이들은 싫든 좋든 교육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교육을 하는 정부의 입장은 그렇지만 이것이 교육을 받는 아이들에게 내려오면 교육의 목적이 또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왜 공부하느냐? 우리 아이들은 뭐라고 대답을 할까요? 우리 사회에서는 그 목적인 개인의 출세에 맞춰있습니다. 자기 잘되려고 공부하는 것이죠. 공부를 잘해야 다른 사람들보다 경쟁력을 갖게 되고, 이것을 바탕으로 좀 더 유리한 입장에서 자신의 앞길을 개척해가는 것입니다. 실제 교육하는 자의 입장에서는 교육을 통해 나라의 인재가 되도록 하는 것인데, 이것이 교육받는 아이들에게 오면 출세를 위한 개인적인 행동으로 달라져 버리는 것입니다. 이유가 뭘까요?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누가 교육비를 내느냐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교육비를 교육받는 학생이 또는 학부모가 전적으로 부담합니다. 내 돈 내고 내가 필요한 교육을 받고자 하는 것이죠. 내 돈 내어서 교육하는 것이니 그 목적 또한 내가 잘되고 출세하기 위한 목적을 갖는 것입니다. 이렇게 내 돈 내고 교육받는 나라가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이 대표적입니다.


부산대학교



그럼 아닌 나라들도 있을까요? 유럽쪽으로 갈수록 교육은 개인의 일이 아니라 국가의 일이 됩니다. 교육비를(대학까지) 전액 무상으로 국가가 제공하는 것이죠. 그래서 교육은 개인이 잘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공동체 또는 나라가 잘되기 위한 일이라는 생각이 그 속에 박히게 됩니다. 교육을 받는 동안 국가에 빚지고 있다는 생각을 은연 중에 하게 되고, 이것이 그 삶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재밌지 않습니까? 개인이 교육비를 지출하든, 국가가 교육비를 부담하든 실제로 그 돈은 학부모의 주머니에서 나가는 것입니다. 한쪽은 개인이 교육비를 부담하는 반면, 또 한쪽은 세금을 무겁게 내려서 그 돈으로 나라가 학비를 대주는 형태를 취하게 되지만 실제 그 돈은 학부모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죠.

그런데 결과는 상당히 달라집니다. 학부모나 개인이 직접 지출하게 되면 교육을 하는 목적이 개인적인 것이 되고, 정부가 부담하게 되면 공적인 일이 되는 것입니다. 공적인 일이 될수록 교육을 통해 뭔가 국가와 사회에 내가 배운 것을 갖고 공헌해야 하겠다는 그런 공동체적인 사고 속에서 살아가게 되며, 마침내 그런 교육의 결실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고, 이것은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얼마 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사우디에서 유학온 학생을 인터뷰했는데, 그 나라에서는 대학에 다니면 생활비까지 보조해주고, 또 외국에 유학갈 경우 유학비도 다 대어 준다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진행자가 "올레"라고 외치는데 저도 같이 외치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요즘 우리 교육에 대해 이러 저런 말들이 많이 있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교육의 공적인 역할이 좀 더 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출세를 위해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공헌하는 교육이 되도록 해야 하는 것이죠.

그렇게 하려면 국가가 교육을 위해 지갑을 좀 더 열어야 합니다. 지금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인 것을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확대해야 할 뿐 아니라 무상급식과 방과후 학습과 같이 아이들의 교육에 필요한 지원들을 점점 더 넓혀가야 합니다.

우리의 경제력은 이를 충분히 커버할 능력이 있고, 우리의 사회적 환경 또한 그럴 수 있는 수준에 와 있습니다. 단지 안할 뿐이고, 할 마음이 없을 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