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따뜻한글

잘포장된 거짓말이 주는 감동 코카콜라 회장의 유서

코이네 2015. 4. 1.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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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레이니와 코카콜라 회장의 유서가 주는 감동, 하지만 이건 아주 잘 포장된 소설같은 거짓말

 

 

코카콜라 회장의 유언, 인터넷을 뒤지다 보면 '코카콜라 회장의 유언'이라고 하는 감동스토리가 돌고 있다. 그 이야기는 이렇다.  

 

학자요, 정치가요, 목사요, 주한미국대사(1993-1997)였던 제임스 레이니는 임기를 마치고 귀국하여 에모리대학의 교수가 되었다. 건강을 위해서 매일 걸어서 출퇴근하던 어느 날, 쓸쓸하게 혼자 앉아 있는 노인을 만났다. 레이니 교수는 노인에게 다가가서 다정하게 인사를 나누고 말벗이 되어 주었다. 그 후,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외로워 보이는 그 노인을 찾아가 잔디를 깎아주거나 커피를 함께 마시면서 2년여 동안 교제를 나누었다.

 

그러던 어느 날, 출근길에서 노인을 만나지 못하자, 그는 노인의 집을 방문하였고 노인이 전날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곧바로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하면서 노인이 바로 '코카콜라 회장'을 지낸 분임을 알고는 깜짝 놀랐다.

 

그때 한 유족이, '회장님께서 당신에게 남긴 유서가 있습니다.'라며 봉투를 건넸다. 유서의 내용을 보고 그는 너무나 놀랐다. "2년여 동안 내 집 앞을 지나면서 나의 말벗이 되어 주고 우리 집 뜰의 잔디도 함께 깎아 주며 커피도 나누어 마셨던 나의 친구 레이니! 고마웠어요. 나는 당신에게 25억 달러와 코카콜라 주식 5%를 유산으로 남깁니다."

 

너무 뜻밖의 유산을 받은 레이니교수! 그는, 전 세계적인 부자가 그렇게 검소하게 살았다는 것! 자신이 코카콜라 회장이었음에도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았다는 것! 아무런 연고도 없는 사람에게 잠시 친절을 베풀었다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큰 돈을 주었다는 사실에 놀랐다.

 

레이니교수는 받은 유산을 에모리대학 발전기금으로 내놓았다. 제임스 레이니가 노인에게 베푼 따뜻한 마음으로 엄청난 부가 굴러 들어왔지만 그는 그 부에 도취되어 정신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그 부를 학생과 학교를 위한 발전기금으로 내놓았을 때, 그에게는 에모리대학의 총장이라는 명예가 주어졌다.

 

 

레이니총장 에모리대학에서 강연하고 있는 레이니총장

 

 

그런데 이 이야기는 잘 포장된 진실 같은 거짓말이다. 먼저 사실관계를 따져보자. James Laney는 주한 미대사직을 끝내고 에모리 대학 총장이 된 것이 아니라, 에모리 총장을 그만 두고 주한 미국 대사가 되었다. 그리고 기부금을 낸 것은 코카콜라의 President이었던 Robert W. Woodruff와 그의 동생 에밀리가 1979년에 Emory University에 $105 million (1억 오백만달러) 가치의 코카콜라 주식을 기부한 것이다. 당시 James Laney가 에모리 대학 총장이었다. 즉 James Laney에게 개인적으로 준 것이 아니라, 코카콜라 회장이 그의 동생과 함께 에모리 대학에 직접 기부한 것이다. 

코카콜라는 창업자 때부터 Emory University와 관계가 매우 깊었으며, Woodruff는 1930년대부터 이미 에모리 대학에 많은 기부를 했다고 한다.

 

F. Stuart Gulley가 쓴 "The Academic President As Moral Leader: James T. Laney at Emory University 1977-1993"라는 책 (Pages 24-26)에 따르면, Woodruff의 친구이며 그의 개인 의사인 Garland Herndon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또한 Herndon은 에모리 대학의 Vice President for Health Affairs 이었음), Herndon와 Laney은 서로 이웃에 사는 친구였다고 한다. Laney 가 에모리 신학대학 학장이었던 1975년, Herndon이 참석한 social event에서 Laney와 Woodruff가 처음으로 만났다. 그후 서로 친분관계가 깊어졌고, Laney가 Woodruff의 개인 목사 (personal chaplain)가 되었다고 한다.

 

1975년 당시 에모리 대학 총장이었던 Atwood가 1977년 8월에 은퇴할 것이라는 것을 발표해서 차기 총장을 찾게 되었는데, Woddruff가 총장 초빙 위원회 위원장 (chairman of the search committee)에게 Laney를 추천하는 편지를 썼다고 한다. 꼭 이것 때문에 Laney가 차기 총장이 되었다고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한다.

 

그래서 코카콜라 회장의 유서는 이런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부풀려지고 잘 포장되어서 기부라는 하나의 감동적인 소설로 재탄생된 것이다. 나도 위 내용을 아무 검증없이 설교에 인용했는데 좀더 사실 관계를 따져봐야 했는데 경솔했다. 사실 블로그에 위 유서 내용만 실으려 했는데, 레이니에게 유서를 남긴 코카콜라 회장의 이름이 없어 이를 검색하다 위 내용들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코카콜라 회장의 유서로 감동을 받은 분들 속았다고 하지 말라. 왜냐면 문학은 대부분 허구를 현실화하여 감동을 주는 것이기에, 감동을 주는 소설 한 편 읽었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by 코이네 소토교회 박동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