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지소식

네팔 현지에서 보내 온 네팔 선교사의 편지

코이네 2015. 5. 15.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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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이 쓰시는 네팔의 한국선교사들!

 

지진이 일어나기 전에도 네팔에 지진이 일어나면 <공황상태, 혼란-Chaos>이 올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공항이 폐쇄되고 인도와 중국으로 이어지는 물자 수송의 국도가 산 사태로 막히고……

 

아니다 다를까, 4/25 지진이 일어나자 바로 카트만두 국제 공항이 폐쇄되었다. 7.9 강도의 지진으로 인하여 지반이 내려앉고 땅이 갈라졌다. 다행히 공항 활주로는 이상이 없었다. 다만 여진으로 계속 땅이 흔들리는 상황에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것은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공항이 폐쇄되었다.

 

그러나 이틀 후부터 비행기가 오가기 시작하였다. 정기 노선이 아니라 평소에는 못 보던 비행기 들이다. 우리가 사는 지역 하늘 가까이 비행기가 지나가기 때문에 바로 알 수 있었으며 뉴스에서 들었던 사항이다. 처음 얼마 동안 들어 오는 비행기에는 여러 나라에서 보내는 긴급 구조 팀과 자국민을 실어나가는 국적 비행기들이었다.

 

이번 지진 후 카트만두를 빠져나가 자기 고향으로 내려갔던 네팔 사람들은 거의 80만 명! 카트만두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인구가 밀집된 카트만두에서 지내는 것이 심히 불안했을 것이다. 식량이 떨어지고, 수도와 전기가 끊어지고, 전염병이 돌며, 치안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도적과 생계의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감사하게도 이러한 혼란은 현재로서 약간에 그쳤음) 정부에서도 이러한 혼란을 막기 위하여 지방에 내려가는 버스들을 무료로 운영시켰다. 다행히 남쪽 지방으로 내려가는 길들은 약간의 산 사태가 났지만 바로 바로 길을 치울 수 있었다. 물론 카트만두 북쪽으로 가는 길은 지진 후 2주까지 돌들이 길에 떨어져서 길이 막히고 지나가던 차량이 부서지며 사람이 죽기도 하였다.

 

 

네팔_지진계속되는 여진으로 건물에서 생활하지 못하고 이렇게 텐트를 치고 생활하고 있다.

 

 

네팔을 떠난 사람들 중에 인도인들이 가장 많았다. 인도와 네팔은 국경은 있지만 자국민들에게는 여권이 없이 서로 오가며 사는 관계이기 때문에 카트만두에는 수 많은 인도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상점을 운영하는 사람들로부터 비즈니스를 하는 부자에 이르기까지! 그런데 이번 지진 후 카트만두에 사는 90% 이상의 인도인들이 자기 나라로 떠났다고 한다. 한국 정부도 지진 4일째 되는 날 전세기를 띄워 한인 교민들을 고국으로 데려갔다. 트레킹이나 여행을 온 사람들, 각종 봉사단원 들, 일부 거주자들!

그런데 선교사들은 지진으로 인하여 한 사람도 떠나지 않았다. (카트만두에 한국인 교민은 600여명 정도이며 한국 선교사들이 200명 정도, 자녀들을 포함하면 교민의 절반 가량이 선교사들임) 오히려 안식년이나 다른 일로 떠났던 한인 선교사들도 서둘러 네팔에 돌아왔다.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는 네팔 땅을 떠날 수 없다! 우리 부부도 안식년을 갖기 위하여 짐을 다 꾸리고 비행기표도 사서 이틀 후에 떠나는 시점에 지진을 맞아 그만 주저 앉았다.

 

지진 3일째 되는 날, 한인 선교사들은 긴급 구호 대책 본부를 열고 바로 구호에 나섰다. 전화와 인터넷 사정이 안 좋았지만, 다행히 3G를 통한 <카톡>이 열렸다. 한인 선교사들은 자기의 사역지를 시작하여 지진 피해가 있는 곳으로 식량과 텐트 그리고 약품들을 실어 날랐다. 피해 상황을 서로 보고 하고 구호 사역이 겹치지 않도록 대책 본부 상황실에서 조정을 하였다. 대책본부는 개인이나 단체로부터 후원을 받아 구호 물자를 사고 창고에 싸놓았다. 네팔 기독교 구호대책 본부(DRCC-Disaster Relief Christian Community)와 협력하며 재정도 후원하였다. <DRCC>는 네팔의 모든 교단과 기독교 단체 그리고 외국 선교단체들이 함께 일하기 위하여 조직하였고 네팔 정부와도 협력하기 위하여 자국인 중심으로 생긴 것이다.

 

이번 네팔 지진의 재난에 활동한 한국 선교사들은 네팔 교회와 국제 선교단체에서 크게 칭찬을 받았다. 그 민첩성과 위험을 무릅쓰고 피해지를 다녔던 용기가 모두를 놀라게 한 것이다. 한 미국 선교사가 내게 전화로 “한국 선교사 Wonderful, Wonderful!>”하며 극구 칭찬을 하였다. 네팔 교회들도 고마워했다.

 

우리 부부도 지난 2주 동안 3개 군, 7개 면을 다니며 쌀 240 가마, 텐트 147개, 모포 480개 외에도 여러 가지 생필품들을 나눠줬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모기장, 여성들에게는 생리대 (네팔의 시골에는 한국에서 살 수 있는 생리대가 없고, 아주 원시적인 방법으로 함) 등을 나눠주기도 하였다. 또한 네팔 구제본부에 두 차례에 걸쳐 500만원을 기증하였다. 이러한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에서 기도하며 후원하던 여러 사람들의 덕분이다. 힘을 잃지 않도록 기도하며 격려의 메시지를 보냈고 후원에 동참하였던 여러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네팔지진_구조극적으로 구조된 아기와 부모

 

이제 긴급 구호는 마무리 단계에 있다. 물론 아직도 길이 막혀서 3-4일을 걸어 들어가야 하는 곳에는 물자가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 네팔 정부 차원에서도 군과 면 단위로 구호 체계를 세우고 외국의 여러 NGO의 도움을 받으며 기본적인 생필품을 나누어 주기 시작하였다. 이제는 <긴급구호에서 복구 사역>이 시작되고 있다. 질병이 생기지 않도록 생활 환경을 돕고 도로와 전기 수도 시설을 복구하며 무너진 집들을 다시 짓는 일… 수 많은 일들이 남았다. 그리고 수 많은 재정이 필요하다.

 

장비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무너지고 기울어진 콘크리트 건물들을 해체하고 다시 짓는 다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대부분 건물들이 아직도 방치된 상황이다. 여진으로 인명 피해 소식을 듣지만 별 수 없이 이러한 골목길을 지나다녀야 하며 천막에서 살 수 밖에 없다. 밤에는 비가 오고 낮에는 햇볕이 따갑다. 뱀에 물리고 낭떠러지에서 구르고… 비좁은 천막 속에서 대체 얼마 동안을 버텨야 하는가! 편안한 잠자리에서 자는 것 조차도 죄스럽기 한이 없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우리 선교사들을 통하여 그들을 섬기고 위로하는 사명을 주셨다. 선교사들은 이제 구호 사역을 위한 중장기 대책을 세우고 있다. 마을 단위로 쉘터를 만들어 계속적인 돌봄과 무너진 교회들을 복구해 주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특히 지진으로 인한 정신적 상처(트라우마)를 치유하는 일을 준비하고 있다. 극한 상황을 경험한 사람들이 마음 깊은 곳에 상처를 가지고 있다. 아이들로부터 어른들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전문적인 치유는 못하더라도 당장 아이들에게는 사탕을 나눠주고 함께 놀아주며 어른들에게는 영화도 보여주고 선물도 나눠주면 어느 정도 치유에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이들을 위한 내적 치유와 영적 치유를 위한 말씀 사역이 이어질 것이다. 이를 위하여 한국에서 전문 사역자가 오고 단기 팀이 방문하면 좋겠다.

 

고난은 하나님께 돌아오라는 하나님의 확성기라고 했는데, 이제 지진의 고난을 통하여 네팔 백성이 하나님께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이제 우리의 섬김을 통해 그들이 마음을 열고 우리의 메시지를 통해 그들이 하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게 될 것이다.

 

2015. 5.10 네팔 선교사 허인석

 

*허인석 선교사님은 네팔에서 20년을 사역하고 있는 최고참 선교사님입니다.

 

 

 

 

 


by 코이네 소토교회 박동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