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네설교

[창31:43] 회자정리

코이네 2017. 5. 26. 09:12
>

회자정리

본문 : 창세기 3143~55

2016.8.28. 소토교회 주일낮예배 설교

 

 

1. 본문의 내용

 

야곱이 점점 부자가 되자 그 사촌들이 질투를 하며, 장인 라반도 야곱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이로 인해 위기감을 느낀 야곱이 그 아내들에게 현재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하나님께서 고향으로 돌아가라고 하셨다며 아내들과 상의한다. 아내들 역시 현 상황에 불만이 있어 야곱의 제안에 동의하고 그들은 장인이 양털 깎으러 간 사이 야밤도주한다. 사흘 후 라반은 야곱이 도주한 것을 알고 그 형제들을 이끌고 야곱을 추격하였으며, 일주일 후 야곱을 길르앗 땅에서 만난다. 야곱의 아내 라헬은 이대로 떠나기 억울했는지 그 집안의 드라빔을 훔쳤고, 라반을 이를 빌미로 야곱을 겁박하지만 드라빔을 찾지 못한다. 야곱과 장인 라반은 서로의 오해를 풀고 거기에 돌무더기를 쌓고 헤어진다.

 

 

 

2. 새롭게 보는 야곱

 

오늘 본문을 통해 야곱이라는 사람을 새롭게 보게 된다. 우리가 알던 야곱은 사기꾼의 대명사였다. 형도 속이고 아버지도 속이는 약삭빠른 사람. 그랬기에 그가 외삼촌 라반에게 속을 때 속으로 은근히 통쾌하기도 했다. 그런데 창세기 31장을 읽어보면 우리가 알던 야곱과는 완전히 다른 야곱이라는 사람을 대하게 된다.

 

그는 두 여인을 얻기 위해 14년을 노예계약으로 일하였으며, 6년 동안 또 열심히 일해서 자신의 일가를 세웠다. 한 여인을 위해 7년의 세월을 아낌없이 바칠 줄 아는 순정남이며, 또 원치 않는 아내지만 그 여인을 위해 7년을 또 수고하는 책임감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가 자신의 사업이 아닌 장인의 사업을 위해 밤낮을 쉬지 않고 성실히 일했다. 그래서 그가 돌보는 가축 중에 낙태한 것도 없었고, 혹 상하거나 잃어버리거나 죽게 되면 그 모든 것을 다 변상해 주었다. 장인에게 조금의 손해도 끼치지 않으려고 그는 정말 죽을 힘을 다해 성실하게 일했다. 속은 줄 알면서도 자신이 책임져야 할 상황이기에 그는 그 고생을 마다하지 않았고, 마침내 하나님의 도움으로 큰 부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야곱의 모습은 거짓말쟁이, 사기꾼 야곱이 아니다. 도리어 바보 같을 정도로 우직하고, 정직하며, 성실하다. 야곱이 오랜 세월 고생하며 이렇게 달라진 것인지, 원래 그랬는데 그가 저지른 이전에 잘못이 너무 크게 부각되어서 그의 진면목이 가려진 것인지는 모르겠다. 이처럼 사람에게는 드러난 부분도 있지만 감춰진 부분도 있고, 또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편견이나 선입견 때문에 사람의 진면목을 놓치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야곱의 두 가지 행동은 정말 본받을 만하다.

 

첫째로 그는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했다.

그가 장인을 떠나서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한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현실적인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지금껏 잘 이겨왔기에 조금만 더 참으면 될 일이다. 하지만 그가 이렇게 떠나기로 결심한 것은 하나님의 명령이었다. 하나님께서 벧엘에서 한 야곱의 약속을 기억하시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제 고향으로 돌아가라 하신 것이다. 야곱은 그 명령을 듣고 그 명령에 순종하기로 하였다. 이것이 바로 믿음이다.

 

잠언에 보면 우리가 자신의 길을 계획해도 그 길을 인도하고 또 성공하게 하시는 분은 여호와라고 하셨고, 너의 행사를 여호와께 맡기라 그리하면 네가 경영하는 것이 이루어지리라고 하셨다. 우리는 이처럼 모든 일에 하나님의 지도와 인도를 받아야 한다.

 

둘째는 이 일을 그 혼자 결정하지 않고, 그 아내들과 상의했다는 것이다.

우리 조선시대도 그랬지만 가부장적인 지역에서는 집안의 가장이 모든 것을 고민하고 결정하며, 나머지 사람들은 그 결정에 무조건 따르기만 하면 되었다. 그런데 야곱은 지금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 이것이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로 인식하고 그 아내들과 상의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가장이 너무 아내들 눈치 보는 게 아니냐고 비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상의하려면 아내의 인격을 그만큼 존중하고 있어야 가능하다. 야곱은 이렇게 부부간에 깊은 대화를 통해 가정의 대소사를 이끌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랬기에 그 많은 아내들과 자식들을 데리고 있으면서 큰 불화 없이 가정을 이끌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일을 진행되는 걸 보면, 하나님께서 계획하신 일은 이렇게 순조롭게 일이 되어간다. 하나님도 일방통행을 하지 않으시기 때문이다. 이제 떠날 때가 무르익었기에 하나님이 야곱에게 명령하셨고, 그래서 야곱도 그 아내들도 별 이의 없이 그 뜻에 순종하였던 것이다. 하나은 때로 우리가 보기에 무리하다 싶은 요구를 하실 때도 있지만 하나님이 그렇게 결정하셨을 때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난 하나님의 뜻을 모르겠다고 걱정하지 말고, 주님이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이끌어달라며 그에게 맡겨보라. 그리고 영적인 눈을 뜨고 하나님의 역사를 바라보면 이게 하나님의 뜻과는 별개로 그저 내 의지로 이끌어가려는 것인지,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는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내 생각과 하나님의 생각이 같아지는 것이다. 그럴 수 있도록 하나님께 더욱 겸손해야 한다.

 

3. 간섭하시는 하나님

 

그리고 하나님이 일이 되도록 간섭해주신다는 사실을 믿어야 한다. 라반이 흥분해서 야곱을 뒤쫓을 때 하나님이 밤에 그에게 나타나 단단히 주의를 주신다. 야곱에게 함부로 하지 말라는 것이다. 라반은 하나님 때문에 야곱에게 더 이상 어떻게 하지 못했다. 이를 안 야곱은 용기백배해서 그간 장인에게 당했던 부당한 일과 불의한 일을 지적하며 일을 바로 잡고자 하였던 것이다.

 

사실 우리가 살면서 가장 만나기 싫은 사람이 라반과 같은 사람일 것이다.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는 대상을 가리지 않고 사기치고, 거짓말하고, 갑질하고,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말을 바꾸는 사람. 앞에서는 웃지만 뒤에서 모사를 꾸미는 사람, 겉과 속이 다른 사람. 우리는 이런 사람을 늘 만나며 함께 일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친구가 되기도 하고, 마침내는 뒤통수를 맞고 원수가 되며, 그 분노에 치를 떤다. 이런 사람 대적하는게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가장 좋은 것은 상종을 하지 않는 것인데, 그게 쉬운 게 아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하는가? 그럴 때 기도하기 바란다. 하나님이 간섭해주셔서 억울한 일을 바로 잡아주시고, 진실을 밝혀주신다. 그래도 안 되면 라반처럼 아예 대놓고 주의를 주시기도 한다. 그렇게 하나님이 간섭해주시면 라반 같은 사람이 많을지라도 세상살이를 온전히 할 수 있는 것이다.

 

조심해야 할 것은 내가 야곱일 수도 있지만 라반과 같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특히 라반과 같은 사람과 오래 있다 보면 나도 모르는 새 물들게 된다. 예수님께서 온유한 자는 복이 있다고 하셨는데, 이 온유하다는 말은 이런 라반과 같은 사람과 오래 어울려 살면서도 자신의 순결함과 착한 마음을 잃어버리지 않는 성품을 말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이 하나님의 기업을 이을 자격이 있는 것이다.

 

4. 회자정리

 

그리고 마무리를 잘해야 한다. 회자정리라는 말은 불교에서 유래된 말로 생즉필사, 회자정리, 거자필반이라는 말에서 유래되었다. 사람은 모두 죽기에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고, 떠난 사람은 반드시 다시 돌아온다는 뜻이다. 우리는 수없는 이별과 만남을 반복하고 있으며, 지금 있는 이 사람과 다시 안볼 것 같아도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는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원수를 만들지 않는다. 라반과 같은 사람과도 잘 헤어질 수 있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

 

 

 


by 소토교회 박동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