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네설교

[창34:1] 상처 입은 디나를 위해/박동진목사

코이네 2017. 8. 10.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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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입은 디나를 위해 

본문 : 창세기 34:1-39

2016.10.16. 소토교회 주일낮예배 설교

설교 : 박동진 목사

 

 

요즘 공익광고 캠페인 중 조심조심 코리아라는 것이 있습니다. 안전한 세상, 안전한 한국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이런 구호를 내건 것이죠. 참 마음에 와닿는 구호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 말을 좀 더 달리 생각해보면 우리 사는 세상이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그래서 매사 조심조심 살아야지 안 그러면 큰 어려움을 당할 수 있다는 경고도 그 안에 내포되어 있어서 좀 씁쓸한 생각도 듭니다.

 

에서와 극적인 화해를 한 야곱은 천천히 아버지 이삭이 있는 곳으로 나아갑니다. 그런데 호사다마라고 이제 가장 큰 어려움을 해결했고, 모든 것이 해피앤딩이 될 듯 한데, 예기치 않는 사고가 발생합니다. 바로 야곱의 딸 디나가 그 지역의 족장에게 그만 강간을 당하게 됩니다.

 

낯선 곳, 사람이 많은 번화한 도시에 오자 야곱의 딸 디나는 호기심에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여인들을 보고자 마을 나들이를 갔는데, 그만 그 지역의 족장 세겜의 눈에 띄었고, 성폭행을 당한 후 세겜의 집에 억류당하였습니다. 야곱에게 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 일어났고, 이 일로 인해 야곱은 큰 상심에 빠집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스런 딸을 보면 당장이라도 칼을 들고 일어나 쳐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에겐 그만한 힘이 없었습니다. 그의 아들들이 다 돌아왔을 때 이 일을 어떻게 할지 상의합니다.

 

그러던 차에 일을 저지른 세겜이 야곱의 딸 디나에게 반해서 청혼을 해옵니다. 그리고 무슨 요구라도 다 들어주겠다고 하죠. 야곱과 그의 아들들은 그들도 자신들처럼 할례를 받아야 한다고 요구하였고, 그 제안을 받은 세겜과 그의 아버지 하몰은 흔쾌히 그 요구를 받아들여, 자기 부족 사람들에게 모두 할례를 받게 합니다. 할례는 지금의 포경수술과 같은 것인데, 사흘쯤에 가장 통증이 심합니다. 그러자 야곱의 아들 중 레위와 시므온이 칼을 들고 나가 저항할 수 없는 그 부족사람들을 모조리 죽여버리고, 약탈을 자행합니다. 이 때문에 야곱은 더 큰 위기에 처하게 되었죠.

 

혈기를 참을 수 없었던 두 아들 덕에 잘못하면 그 지역 사람들에게 공적으로 몰려 멸문지화를 당하게 생겼던 것입니다.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마침내는 수습불가의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이 창34장의 전체적인 내용입니다.

 

납치영화 '트레이드'의 한 장면

 

 

1. 디나

 

나는 기록된 것으로 보면 야곱의 외동딸입니다. 열 한 아들 사이에 있는 외동 딸, 얼마나 이뻤을까요? 공주처럼 자랐을 겁니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한 그런 나이, 하지만 세상이 얼마나 안전하지 못하며, 또한 무서운 곳인지 몰랐을 겁니다. 그래서 아버지 허락도 없이 호기심에 그 마을을 구경하고 다녔고, 그 족장의 꾀임을 받아 그 집으로 갔다가 험한 일을 당했습니다.

 

세상이 참 험합니다. 좋은 사람들도 많지만 나쁜 사람들도 참 많은 세상입니다. 호의를 가진 사람들도 있지만 그 호의를 이용해 나쁜 짓을 저지르는 사람들도 참 많습니다. 우린 그 사실을 알고 살아가야 합니다. 무조건 좋게만 본다고 능사가 아닙니다. 세상 무서운 줄 알며 스스로 조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약한 존재인지도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험한 일을 당하고 난 뒤에야 자신이 얼마나 약한 존재인지 압니다.

 

하지만 한 가지 잊지 않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디나는 피해자입니다. 악한 일을 당해 보호를 받아야 할 연약한 여인입니다. 그런데 사회가 건강하지 못하면 도리어 이런 피해자가 손가락질을 받기도 합니다. 이전 밀양에서 고교생들이 여학생들을 집단 성폭행한 사건이 있었는데, 그 사건을 담당한 형사가 그 여학생들을 보호하기는커녕 여자들의 행실이 어떠했길래 이런 꼴을 당하냐며 도리어 여자아이들 탓으로 사건을 돌렸다가 문제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여자라는 이유로 약하다는 이유로 그런 일을 당해도 싸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하나님의 정의를 무시한 무법한 짓입니다.

 

2. 세겜

 

이 사람은 당시 그 지역을 다스리는 족장이었습니다. 아마 외모도 꽤 준수했던 모양입니다. 그러니 디나가 호감을 갖고 그를 따랐겠지요. 돈도 있고, 권력도 있고, 힘도 있고, 능력도 있고, 권세도 있고..한 마디로 모든 것을 다 갖춘 부족함이 없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에게 두 가지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는데, 하나는 정욕을 참지 못하였다는 것과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였다는 것입니다. 즉 자신이 저지른 일로 그 여인이 얼마나 큰 상처를 받을지 그리고 그 가정이 얼마나 큰 수모와 분노를 가질지 생각이 없었던 것이죠. 자기는 이 정도의 일을 저질러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것이 얼마나 큰 비극을 초래할지는 생각지도 않구요. 그런 비극은 자기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이 세겜과 같은 착각을 하며 살아갑니다. 윤리와 도덕을 그렇게 자기중심으로 하다 보니 이 세상에는 세겜과 디나의 비극이 지금도 반복되고 있는 것이죠. 그는 청혼을 하기 전에 먼저 디나에게 진정이 통하는 사과를 해야 했습니다. 용서를 받아야 했지만 그 과정을 빼버렸습니다. 그랬기에 진정한 사랑을 이룰 수 없었던 것입니다. 만일 성공적으로 결혼하였다 하더라도 그는 디나를 진심으로 사랑하기 보다는 성적인 만족을 위한 그런 존재에 머물렀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3. 야곱

 

이 사건에서 우리 마음을 답답하게 하는 또 하나의 존재가 바로 야곱입니다. 그는 먼저 상처 입은 딸을 보살피지 못하였습니다. 딸이 얼마나 큰 고통을 받았을까 생각하지 못합니다. 그가 제일 먼저 가문의 위신을 생각하고, 자신들의 안전을 먼저 생각했습니다. 소식을 듣는 즉시 세겜을 찾아가 시시비비를 가리고, 억류되어 있는 딸을 찾아와서 위로해야할 아버지가 그럴 엄두도 내지 못하고, 그저 속으로만 끙끙 앓고 있는 것이죠. 자신에게 힘이 없음을 탓하며, 그 때문에 아버지의 역할을 제대로 해보려고도 하지 못하는 전형적인 못난 아버지입니다. 지금 상처받은 딸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도 자신을 지켜주는 버팀목이 되는 아버지가 절실했는데, 디나는 그런 아버지에게 마저 버림받은 처지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4. 레위와 시므온

 

그 아버지와는 달리 열 한 아들 중 레위와 시므온은 달랐습니다. 그들은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워 죄를 범한 세겜 사람들을 몰살시켜버립니다. 그리고 그 집에 있는 자신신의 동생을 다시 집으로 데려온 것이죠. 그렇게 한 이유가 무엇인가 보니, 무시당한 것에 대한 복수라는 것입니다. 우리를 이렇게 무시하는 이방인들에게 사랑스런 자기 여동생을 맡길 수 없었다는 것이죠. 그래서 그 지방 사람들에게 할례를 받게 해서는 움직이지 못하는 그들을 완전 도륙해버린 것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들 오빠에게도 디나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들은 강간당한 동생의 미래에 대해 전혀 생각하질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 자신들의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시킬까 하는데 골몰해 있었던 것이죠.

 

그리고 그들이 이런 잔혹한 짓을 저지른 또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이번 일을 그냥 세겜이 하자는대로 해버리면 다른 족속들도 자신들을 그렇게 무시하고, 또 그런 위험이 일어날 것을 두려워했던 것입니다. 디나의 강간 사건은 단지 이번만의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제 낯선 땅으로 이주해서 정착해야 하는데, 그 곳에서 안전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우리가 얼마나 잔혹하고 강한지를 보여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무시당하지 않고 여기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무자비한 피의 복수를 했습니다. 폭력으로 모든 사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최선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이런 폭력을 하나님의 정의라고 스스로를 변론합니다. 그렇게 자신들의 폭력을 정당화했지만 그건 신앙의 광기에 지나지 않는 불의한 행동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그들의 행위는 도리어 더 큰 위험을 불러옵니다. 이렇게 잔혹한 짓을 저질렀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위협을 줄만큼 그들이 강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도리어 이들과 친분을 가진 족속들의 공분을 사게 되었고, 그들의 공적이 되어버렸습니다. 언제 더 강하고 흉폭한 족속의 복수를 당할지 모르게 된 것입니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꼭 있어야 할 두 가지가 빠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첫째는 하나님입니다. 그리고 야곱의 신앙적인 대처입니다. 이제껏 야곱은 모든 고난과 위기의 순간에서 하나님께 기도하였고, 하나님의 뜻을 따랐습니다. 그리고 모든 위기를 이겨가며 이렇게 왔는데, 어찌된 일인지 이번 일을 당한 후 그가 기도했다는 흔적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그는 한탄과 두려움 걱정만 하고 있다가 더 큰 위기를 자초한 것입니다.

 

두 번째는 가련한 여인 디나에 대한 관심입니다. 그 누구도 상처입고 어쩔 줄 모르는 디나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그런데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 사건에게 가장 먼저 보호를 받아야 할 사람이 디나입니다. 우리 사회 역시 세겜과 야곱 그리고 그 아들들과 같은 행동은 하면서도, 정작 상처입고 보호받아야 할 디나는 외면해버리거나, 이용해먹고는 언제 그랬냐는듯이 잊어버리는 것이죠.

 

이제 한 가지 질문으로 말씀을 맺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어찌할 것입니까?”

 

한 사람이 여리고 지역을 지나다 강도를 만났습니다. 모든 것을 다 빼앗기고 상처를 입고 죽어가고 있는데 한 사마리아 사람이 그를 구해 치료하고 살렸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시면 예수님께서 율법사에게 묻습니다. “네 생각에는 이 세 사람 중에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겠느냐

율법사는 대답합니다.

 “자비를 베푼 자니이다

그러자 예수께서 말씀하십니다.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라

 

그렇습니다. 이같이 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입니다.

상처 입은 사람에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그 상처를 치료하고 보호해서 살리는 것입니다. 우린 먼저 상처 입은 피해자 디나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이런 사건에서 가장 먼저 보호받고 도움을 주어야 할 사람, 가장 먼저 걱정하고 돌아봐야 할 것은 바로 상처입은 피해자 디나입니다. 우린 디나를 위해 먼저 기도하고, 디나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주님께 기도하며 그 방법을 간구해야 합니다. 그리고 디나를 구하고자 하는 용기를 갖고 디나를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디나가 안정을 찾고, 다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이 땅엔 참 많은 디나들이 있습니다. 디나가 마음 놓고 마을을 구경할 수 있는 안전한 세상 그리고 혹 원치 않은 이런 참혹한 일을 당하더라도 적극적으로 변호 받고, 보호받고, 치료받을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

 



by 소토교회 박동진 목사